로봇견·AI 드론 군집… 중국, 딥시크 기반 차세대 전장 전략 가속화

베이징·싱가포르, 로이터—중국 국영 방산기업 노린코(Norinco)는 지난 2월, 시속 50㎞로 자율 전투 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군용 차량 P60을 공개했다. 이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 것은 중국 정보기술 업계가 ‘자존심’으로 여기는 딥시크(DeepSeek) 인공지능(AI) 모델이었다.

2025년 10월 2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은 해당 신형 차량의 시연을 통해 중국이 딥시크와 AI를 활용해 미국과의 무기 경쟁에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했다. 양국 정상들이 군에 ‘전쟁 대비 강화’를 독려하는 가운데, 관련 움직임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로이터가 수백 건에 달하는 연구 논문·특허·조달 기록을 검토한 결과, 베이징은 체계적·전면적으로 AI를 군사 영역에 접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차세대 무기 시스템의 세부 작동 원리와 실전 배치 규모는 국가 기밀이지만, 공개 자료는 표적 자동 인식실시간 전장 의사결정 지원 등 미국이 추진 중인 역량을 중국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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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의존과 ‘알고리즘 주권’

로이터가 확인한 올해 PLA(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기관의 AI 관련 입찰 공고 가운데 12건이 딥시크 모델 사용을 명시했고, 경쟁 모델인 알리바바의 ‘Qwen’을 언급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이는 서방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중국의 ‘알고리즘 주권’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 국방부는 PLA의 AI 활용과 관련한 로이터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딥시크가 중국군 및 정보기관에 기술 지원을 제공해 온 사실은 자명하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AI 로봇견·드론 군집·몰입형 지휘소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무리지어 정찰하고 폭발물을 제거하는 AI 로봇견, 자율적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드론 군집, 시각 몰입형 전장 지휘 통제 센터, 고급 전쟁 시뮬레이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PLA는 ‘AI 로봇견 군집’을 위한 입찰서를 올렸다. 로이터는 해당 계약의 성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중국은 이미 유니트리(Unitree)가 제작한 무장 로봇견을 군사 훈련에 투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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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분에 군 작전 기획 시간이 48시간에서 48초로 단축됐다.” —시안공업대학교 연구진 요약 보고서

시안공업대는 딥시크 기반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1만 개의 가상 전장을 48초 만에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해당 주장에 대한 독립 검증은 진행하지 못했다.


자율 무기·드론 스웜 기술

PLA와 연계된 기관들은 드론에 AI를 탑재해 목표를 자동 탐지·추적하고,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편대 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군용 항공 연구로 유명한 북항공항천대학(베이항대)은 딥시크를 활용해 ‘저고도·저속·소형’(Low, Slow, Small) 표적 대응 드론 군집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중국 국방 수뇌부는 공식 석상에서 “무기 체계의 최종 통제권은 인간에게 남겨야 한다”고 언급하며 AI 무기의 자율 살상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역시 2025년 말까지 수천 대의 자율 드론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AI 무기 통제’ 국제규범 공백은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Nvidia-A100 vs. 화웨이 Ascend… 칩 경쟁 구도

중국은 국산 화웨이 Ascend 칩 채택을 늘리고 있지만, Nvidia의 A100·H100 등 고성능 GPU는 여전히 PLA 산학연 연구에서 빈번히 인용된다. 미 상무부는 2022년 9월 해당 칩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했으나, NUDT(국방과학기술대)와 중국 ‘7자녀 대학(Seven Sons)’ 연구진이 최근 2년간 제출한 특허 35건에는 A100 사용 내역이 남아 있다.

Nvidia 대변인 존 리초는 로이터에 “중고 GPU가 소량 재유통된다 해도 새 군사 역량을 창출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측 연구자들은 “제재로 연구가 일정 부분 지연됐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주치차오(朱启超) NUDT 대령)고 응수했다.

일부 국방 기술 기업—예컨대 산시100트러스트 정보기술—은 마케팅 자료에서 “전적으로 화웨이 칩”을 사용한다고 홍보하지만, 로이터가 열람한 여러 특허와 조달 공고에는 실제로 여전히 Nvidia 하드웨어가 기재돼 있었다.


용어 해설

딥시크(DeepSeek): 중국 국영·민간이 합작해 개발한 초거대 AI 언어·멀티모달 모델. 중국판 GPT로 불리며, 군사·산업·교육 전반에서 활용된다.

GPU(A100·H100): 미국 Nvidia가 설계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병렬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드론 스웜(swarm): 다수의 무인기(드론)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군집을 이루고, 자율·협업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기술.

7자녀 대학(Seven Sons): 중국 국방과학기술 핵심 연구 거점으로 지정된 7개 대학.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중국의 AI 군사화 행보는 자국 기술 자립과 서방 제재 극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딥시크 생태계 확대, 화웨이 칩 내재화, 그리고 자율 무기 개발은 모두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미국 역시 자율 드론 증편, AI 연합 구축 등 맞불 전략을 가동하고 있어, AI 주도 ‘무기 경쟁 2.0’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