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싼 ‘속도 조절’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로리 로건(Lorie Logan)은 최근 연준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건 총재는 댈러스 연은 주최 은행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번 경제 전망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번 주 금리를 내릴 필요성을 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연준은 10월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조정한 바 있다. 이는 2025년 들어 두 번째 인하 조치다.
연준 내부에서 ‘매파’(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로건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이 없는 비(非)투표 위원이다. 그럼에도 그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거나 노동시장이 급격히 식는 명확한 징후가 없으면 12월 추가 인하를 지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① 노동시장 진단 – ‘대체로 균형, 다만 완만한 냉각’
로건 총재는 현재 노동시장을 “대체로 균형 상태이며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대형 기술 기업들의 정리해고 발표에도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해고 규모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험 요인은 “주로 하방 방향”이라고 말했다.
② 물가 전망 – ‘2% 목표 상회 구간이 길어질 것’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아 2% 목표를 상당 기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물가가 확실히 목표 궤도로 복귀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③ 소비·고용 구조 – ‘주식시장 효과와 3만 명 룰’
로건 총재는 소비지출이 장기 추세를 소폭 웃도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주가 상승이 고소득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브레이크이븐 고용증가(중립적 고용 증가)’가 월 3만 명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추산했다. 이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도 경제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고용 창출 규모로, 이전(약 10만 명)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노동시장의 균형점이 낮아졌기 때문에, 고용이 월 3만 명만 늘어도 과거보다 경제 과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로리 로건 총재
전문용어 해설
• 브레이크이븐 고용증가란 물가와 실업률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가 흡수할 수 있는 최대 순고용 증가폭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떨어졌다는 것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 밸런스시트 러노프(balance sheet runoff)는 연준이 보유한 자산(국채·MBS 등)의 만기가 도래해 자동 소멸되는 만큼을 재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조용한 긴축’ 효과를 유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 상설 레포 제도(standing repo facility)는 초단기 유동성 부족 시 일정 담보를 맡기고 즉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연준이 제공하는 창구다. 금융기관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수 있어 시장 급변 시 완충 역할을 한다.
④ 대차대조표 정책 – ‘축소 종료는 지지’
로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에는 반대했지만,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밸런스시트 러노프)를 중단한 결정에는 찬성했다. 그는 “자산 규모가 정상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평가하며, “딜러(증권사)들은 상설 레포 제도 활용 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⑤ 파월 의장과의 시각 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하 조치의 목적이 “노동시장 둔화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로건 총재는 고용·물가 여건이 인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내부 의견 불일치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시장 반응 및 전망
로건 총재의 발언 후 채권시장에서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금리선물의 하락 폭이 다소 축소됐다. 월가 일각에선 “연준 내부 반대 기류가 뚜렷해지면 연말 인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물가·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판세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전문가 코멘트
“로건 총재의 메시지는 ‘낙관으로 기울지 말라’는 경고다. 물가·임금 압력이 남아있는 만큼 연준은 신중해야 한다.” – 뉴욕 소재 자문사 H&A리서치의 패트릭 헤이든 이코노미스트
결론적으로 로건 총재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완화’가 중·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물가와 고용의 추가 지표를 확인한 뒤 정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