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교체 후폭풍…크래커 배럴 주가, 연초 상승분 대부분 반납하며 급락

뉴욕=스티븐 맥기 특파원‧번역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크래커 배럴 올드 컨트리 스토어(NASDAQ: CBRL)가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 로고를 전격 교체한 직후 보수 성향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주가가 급전직하했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기존 ‘멜빵바지를 입고 통에 기대앉은 노인’ 이미지를 삭제하고, 노란색 통(Barrel) 형태의 실루엣 안에 사명을 배치한 새로운 로고를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것이 논란의 발화점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보수층 인사들과 레딧·X(옛 트위터) 이용자들이 “전통 훼손”이라며 일제히 비판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소셜 미디어 역풍은 곧장 주가에 반영됐다. 목요일(22일) 장중 최대 13% 하락해 50.27달러까지 밀린 뒤, 일부 낙폭을 축소해 54.80달러에 마감했으나 하루 만에 7% 하락했다. 거래량은 평소(일 평균 100만 주)의 4배에 달하는 400만 주가 넘었다.

“이미지를 신선하게 바꾸려는 시도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SNS 지배 환경에서는 사소한 변화도 곧바로 ‘향수(nostalgia)’를 자극받은 집단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 IBKR의 시장전략가 스티븐 소스닉(Steven Sosnick)

소스닉 전략가는 팬데믹 이후 미국 캐주얼 다이닝 업계 전반이 고객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크래커 배럴도 예외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회사는 6월 발표한 2025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핵심 지표인 동일 점포 매출(comparable store sales)도 1% 신장에 머물렀다. *동일 점포 매출은 일정 기간 이상 운영된 기존 매장의 실적만을 비교해 체인 본연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21일 X에 “WTF is wrong with @CrackerBarrel??!”이라며 분노를 표했으며, 켄터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네이트 모리스(Nate Morris)도 “전통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두 인물 모두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는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우리의 핵심 가치와 크래커 배럴의 ‘심장과 영혼’은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급락이 실제로 기업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바이럴(viral) 이슈’가 투자심리를 휘몰아친 결과라고 해석했다. 소스닉은 “모멘텀(가격 추세)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SNS는 긍정·부정의 모멘텀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증폭기”라고 강조했다.

CFRA리서치의 수석 투자전략가 샘 스토발(Sam Stovall)은 “로고 교체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단정한다면, 투자자들이 진짜 하락 원인을 모른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은 로고가 아니라 음식 때문에 그 식당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시각: ‘전통’과 ‘브랜드 현대화’의 기로
실적 정체 국면에서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현대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부닥친다. 다만 중장년 고객층의 향수를 건드리면 매출보다 브랜드 충성도를 잃을 위험이 커진다. 크래커 배럴 사태는 미국 내 문화·정치 전선이 식당 체인 하나의 브랜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체성 정치’가 소비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안은 동시에 ‘테일 리스크(꼬리위험)’를 떠올리게 한다. 사소한 디자인 변경이 주가 변동성 확대와 투자심리 급변이라는 예기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셜미디어가 ‘민주화된 확성기’로 기능하는 시대, 기업은 리브랜딩 추진 시 디자인 변화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4분기 실적 발표 전후 재방문 고객 증가율 △신규 로고에 대한 추가 마케팅 계획 △보수 성향 소비자 달래기용 프로모션 여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질적 가치 대비 과도한 낙폭인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