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SINKI —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올리 렌(Olli Rehn)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의 에너지 가격 하락과 유로화 강세로부터 파생되는 인플레이션 하방 위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렌 총재는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서 너무 낮거나 너무 높게 벗어나는 어떤 상황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의 배경
전날(11일) ECB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경기 및 물가 전망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목표치(2%대 추정)보다 지나치게 하회하거나 상회하는 상황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 올리 렌
용어 설명
ECB(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20개 회원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구로, 물가안정(대체로 2% 전후의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인플레이션 하방 위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낮아져 경기 둔화 및 디플레이션(장기적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뜻한다. 유로화 강세는 다른 통화 대비 유로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분석 및 시사점
렌 총재의 발언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유럽 경기 회복세 둔화를 감안할 때 물가상승률이 목표선 아래로 내려갈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로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가 떨어져 총수요와 무관하게 물가 압력이 더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ECB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를 정당화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ECB가 전날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 동학이 아직 큰 틀에서 안정적이며, 물가 기대 역시 목표 범위에 수렴하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조 유지에 무게를 두면서도, 향후 물가 흐름이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하회한다면 추가 조치(예: 자산매입 확대, 금리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전문가 견해
본지가 취재한 복수의 유럽계 채권 전략가들은 “에너지 가격 급락이 길어진다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 2%를 하회할 공산이 크다”며 “ECB가 물가 목표의 ‘대칭성’을 강조해온 만큼, 목표 이하 구간에서의 지속적인 이탈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대칭성이란 목표치 대비 상·하 양방향 모두 동일한 중요도를 두겠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결론
올리 렌 총재의 메시지는 인플레이션 하방 위험을 경계하면서도 ECB가 현 단계에서 급격한 정책 전환을 자제할 것임을 시사한다.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환율 움직임이라는 이중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며, 정책 유연성을 통해 경제·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