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나 우팔·넬 매켄지 공동 취재
런던 ― 세계 최대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과도한 부채로 ‘건강하지 않은 시장’에 노출된 투자자들에게 금(金)을 방패막이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부채 이자 상환 부담으로 다른 예산 항목을 압박받는 상황은 인체의 동맥이 플라크로 막혀가는 과정과 유사하며, 의사가 본다면 ‘심장마비 위험’이라 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Abu Dhabi Finance Week’ 사전 행사에 참석해 “
다양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라면 전체 자산의 10%에서 15%를 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강조했다. 달리오는 올해 7월 자신의 잔여 지분을 처분하며 브리지워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태다.
■ 왜 금인가? ― 상관관계가 낮은 안전자산
달리오는 “금은 위기 국면에서 다른 자산이 하락할 때 반대로 가치를 높이는 경우가 잦아 ‘포트폴리오 보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은 전통적으로 달러화·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은(uncorrelated)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세계가 부채로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내가 보유한 돈이 과연 누구의 부채냐’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통화 주권·신용 리스크·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유럽 시장도 예외 아냐 ―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터드 CEO
패널에 함께 참석한 스탠다드차터드(Standard Chartered) CEO 빌 윈터스(Bill Winters)는 “유럽 기업 가치(밸류에이션)가 미국만큼 높지는 않지만, 근본 조건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프랑스 등도 비슷한 재정 환경에 놓여 있지만 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더 엄격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9월 11일까지 S&P 500 지수는 11% 넘게, 나스닥 100 지수는 13% 넘게 상승하며 같은 날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된 결과다.
반면 범(汎)유럽 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8%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달리오·윈터스 두 인사는 주가 상승 이면에 숨은 부채·재정 취약성을 지적하며,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낙관에 경계심을 유지하라”고 입을 모았다.
■ 추가 설명: ‘포트폴리오 내 금 10~15%’의 의미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통화 가치 하락 방어, 지정학적 긴장 완화 시 가격 탄력 등 복합적인 방어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달리오가 제시한 10~15% 비중은 전통적인 60:40(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서 현물 자산‧원자재 노출을 늘려 리스크 대비 수익률(Risk-Adjusted Return)을 개선하려는 전략에 해당한다. 이는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샤프지수(Sharpe Ratio)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널리 참조된다.
또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고점 근처에 머물고 있어 채권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은 ‘이자 없는 자산’이라는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더라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문다면, 비화폐성 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은 유지된다.
■ 요약 발언
“의사가 동맥 경화를 진단하듯, 현재 시장은 ‘심장마비 직전’ 상태다.” ― 레이 달리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비슷한 재정 상황이지만, 시장 제약은 미국보다 더 엄격하다.” ― 빌 윈터스
결론적으로, 두 인사는 부채 탑재 경제에서 금과 같은 대체 자산의 전략적 비중 확대가 필수라고 입을 모으며, 과열된 주식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