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지분 전량 매각…브루나이 국부펀드 소수지분 인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76)가 자신이 보유했던 마지막 지분까지 모두 처분했다는 사실이 투자자 서한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거래로 달리오 관련 법인은 브리지워터의 지분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게 됐으며, 브루나이 국부펀드가 새롭게 소수 지분을 확보했다.

2025년 7월 31일(현지시간),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브리지워터 최고경영자(CEO) 니르 바 디아(Nir Bar Dea)와 공동 의장 마이크 맥개빅(Mike McGavick)은 7월 21일 자로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브리지워터가 달리오 관련 모든 지분을 재매입했다”고 밝혔다. 1

해당 서한에 따르면 달리오의 지분 매각은 2017년 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진행돼온 ‘창업자 지분청산 작업’의 마지막 단계였다. 브리지워터는 현재 AUM(운용자산) 921억 달러(약 120조 원)를 관리하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 전문 헤지펀드다.

“무엇보다도 브리지워터가 나 없이도 잘 운영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 — 레이 달리오, 2025년 7월 31일 X(舊 트위터) 게시물 중

달리오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지분 정리 소감을 전하며,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영·지배구조 측면에서 ‘창업자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거래의 또 다른 축은 브루나이 투자청(Brunei Investment Agency·BIA)이다. 로이터 소식통은 “BIA가 그간 브리지워터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을 환매한 뒤, 운용사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며 ‘투자자에서 주주로’ 지위가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BIA는 브루나이 왕국의 석유·가스 수익을 바탕으로 1983년 설립된 국부펀드로, 중동·동남아 지역 자금의 서구자산 투자 다변화 전략을 대표한다.

현재 브리지워터 내 최대 개인 파트너는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밥 프린스(Bob Prince)이며, 회사 지배권은 임직원 지주 구조(employee partnership)에 의해 행사된다. 경영권 공백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대교체 시나리오가 구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리지워터 최근 성과와 의미

브리지워터의 플래그십 펀드 ‘퓨어 알파(Pure Alpha) 18% 변동성 전략’2025년 상반기 17%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변동성을 목표로 하는 매크로 전략 펀드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은 동종업계 상위권에 해당한다. 이는 인플레이션·금리·지정학 변수의 복합적 변동성 속에서 달리오 체제 후반부에 구축된 리스크 파리티(위험 균형) 모델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창업자 퇴진 이후에도 성과가 유지된다는 점은 인재풀·리서치 인프라가 제도화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브리지워터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결합한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전문가 해설: 창업자 지분 매각이 주는 신호

1) 지배구조 리스크 완화 — 창업자 지분이 완전히 정리됨에 따라 향후 이해상충 이슈가 줄어들 전망이다.
2) 새 전략적 파트너 — BIA의 투자는 중동·아시아계 자본의 서구 헤지펀드 진입이 계속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3) 유동성 확보 — 달리오는 개인 유동성을 극대화했고, 브리지워터는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잉여현금을 활용했다.

다만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펀드 운용 능력에 단기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브리지워터 측은 “충분한 현금흐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용전략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AUM(Assets Under Management)은 운용사가 고객으로부터 맡아 운용하는 전체 자산 규모를 뜻한다. 헤지펀드는 고액자산가·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파생상품·공매도·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리스크 파리티는 자산군 간 변동성을 조정해 위험 기여도를 균등화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브리지워터의 조직문화 혁신이 세대교체 이후에도 유지될지 주목된다. 둘째, BIA 외 다른 국부펀드·연기금의 전략적 지분 투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셋째, 달리오가 설립한 재단·자문회사 등에서 새로 추진할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프로젝트가 헤지펀드 업계의 지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리지워터는 더 이상 ‘달리오의 회사’가 아니라 시스템·문화·인력이 결합된 ‘조직 자산’으로 거듭났다”며 “향후 10년간 헤지펀드 업계의 거버넌스 혁신 모델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