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시카고] 미국 남동부를 거점으로 편의점을 운영해 온 레이스트랙(RaceTrac Inc.)이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 팟벨리(Potbelly Corp.)를 약 5억6,600만 달러(약 7,6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레이스트랙은 팟벨리 보통주 전량을 주당 17.12달러에 공개매수(tender offer) 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현재 팟벨리 이사진과 주요 경영진은 보유 지분(약 11%) 전부를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이미 서약했다.
“이번 거래는 전통적인 편의점 운영사가 브랜드 레스토랑을 통째로 인수하는 드문 사례”라고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실제로 소식이 전해지자 팟벨리 주가는 10일 장중 30% 넘게 급등해 17달러 선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90거래일 간 거래량 가중평균가격(VWAP) 대비 47%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공개매수(tender offer)란 인수 주체가 기존 주주들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식 제안하는 절차를 뜻한다. 개인주주 입장에선 별도의 중개 절차 없이 응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아지는 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강력한 ‘직격탄’으로 통한다. 아울러 VWAP(거래량 가중평균가격)은 일정 기간 동안 체결된 거래 가격에 거래량을 곱해 평균을 낸 지표로, 주가 흐름의 실질 체감을 파악할 때 쓰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편의점 체인이 레스토랑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흔치 않다”면서 “레이스트랙의 결정은 편의점 업계의 ‘푸드서비스 강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양사는 정식 입찰 경쟁 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단독 협상을 진행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계약을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최근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를 둘러싸고는 사모펀드(PE)들이 주도권을 쥔 M&A가 빈번했다. 2024년 블랙스톤(Blackstone)은 저지마이크스(Jersey Mike’s)를 약 80억 달러에 품었고, 2023년 로어크 캐피털(Roark Capital)은 서브웨이(Subway)를 최대 95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레이스트랙·팟벨리 거래는 사모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Buyer)가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별 현황·시너지 전망
팟벨리는 1977년 시카고의 작은 골동품 가게에서 첫 점포를 연 뒤, 현재 직영 445개·프랜차이즈 105개 등 미 전역 550여 개 매장을 운영한다. 반면 레이스트랙은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14개 주에서 RaceTrac·RaceWay 편의점 800개 이상을, Gulf 브랜드 주유소·편의점 1,200개를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보유한다.
양사는 공동 발표문에서 “부동산 개발, 프랜차이즈 관리, 운영 시스템, 식음 혁신 및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보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이스트랙은 주유소 결합형 편의점 내에 팟벨리 매장을 즉시 입점시켜 교차 판매(cross-selling)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편의점 업계 푸드서비스 강화 트렌드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본격화됐다. 셰브론·엑슨모빌 등 정유계 편의점들은 프라이드치킨, 피자 등 즉석조리 메뉴를 확대했고, 7-Eleven은 자체 브랜드 커피와 디저트 라인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팟벨리의 수제 샌드위치 레시피가 레이스트랙의 식음 라인업을 고급화해 이용자 체류시간과 객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미국 M&A 컨설턴트 *알렉스 해멀턴은 “이번 거래는 편의점·레스토랑 간 수평적 결합의 ‘파일럿 케이스’가 될 수 있다”며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QSR(퀵서비스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유통 채널을 가진 편의점 체인으로 매각처를 넓히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어드바이저는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으로 전통 외식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물류·부지·고객 데이터를 갖춘 편의점이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레이스트랙은 공개매수 완료 후 완전자회사 방식으로 팟벨리를 흡수할 예정이며, 팟벨리의 나스닥 상장은 자동 폐지될 전망이다. 거래 종결 목표 기한은 2025년 1분기다. 레이스트랙 측은 ‘재무적 안정성이 충분해 추가 차입 부담 없이 현금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 참고용 용어 해설
• 공개매수(Tender Offer): 기존 주주에게 일정 기간·가격을 제시해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절차로, 경영권 확보에 흔히 사용된다.
• VWAP(Volume-Weighted Average Price): 거래량을 가중치로 삼아 계산한 평균 주가로, 실제 시장 참여자의 평균 체결 가격을 보여준다.
• 프리미엄(Premium): 인수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레이스트랙과 팟벨리 합병 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성사된다. 하지만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해 있어 독점 규제 리스크가 낮다는 점에서 시장은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결국 핵심은 ‘경험’
업계 관계자들은 “휘발유·스낵·커피로 대표되던 전통 편의점 포트폴리오가 프리미엄 샌드위치라는 ‘메인 식사 카테고리’를 흡수함으로써, 고객 경험 차별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으로는 POS 데이터를 공유해 재고 관리 효율을 높이고,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합할 경우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도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레이스트랙 경영진은 “팟벨리의 브랜드 DNA를 유지하면서도 고속도로 휴게 거점, 소도시 주유소 등 기존 네트워크에 빠르게 안착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팟벨리 측 역시 “전국 유통망을 등에 업고 미국 내 1,000호점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향후 변수로는 인수 후 문화 통합 및 인력 재배치 문제가 꼽힌다. 레이스트랙이 주유소·편의점 중심의 조직 문화를 레스토랑 부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느냐가 장기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과 시너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메뉴 표준화 수준과 현장 직원 교육 시스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