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CEO “관세 영향은 이제 미미… AI 성장 전략에 주력”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PC 제조업체 레노버 그룹(Lenovo Group)의 최고경영자(CEO) 양위안칭(楊元慶)이 ‘관세(輸入關稅)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양 CEO는 이날 열린 실적 브리핑에서 “현재 관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라며 과거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관세 변수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노버는 세계 곳곳에 구축한 다국적 생산 네트워크 덕분에 관세 문제를 매우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샌드위치형 공급망 구조’(※해외 각지 공장에서 중간 재·부품을 지속적으로 돌려보내며 완제품을 생산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Lenovo Logo

특히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2019~2020년에는 노트북, 서버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부과될 수 있는 추가 관세가 ‘큰 암초’로 작용했다. 그러나 양 CEO는 “어떤 제품군이 추가로 영향권에 들지, 또 예외 품목이 어디까지인지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경쟁사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양위안칭 CEO 발언 “레노버는 전 세계에 걸쳐 다양화된 생산·조달 체계를 이미 완성했다.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관세가 높아지더라도 다른 지역 공장에서 즉시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버퍼’가 충분하다.”

실제로 레노버는 중국 선전·우한·청두를 비롯해 헝가리·브라질·멕시코·인도 등지에 거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품 단계에서부터 ‘멀티 소싱(multi sourcing)’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은 애플, HP 등 주요 IT 기업들이 최근 속속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정책 수단이자 재정 수입원이다. 다만 관세가 높아지면 생산비용이 상승해 최종 소비자가격이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를 초래할 수 있다.


AI 성장 전략에 ‘올인’

관세 변수의 그늘이 옅어지면서 레노버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엣지 컴퓨팅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양 CEO는 “이제 우리의 핵심 과제는 AI PCAI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차세대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노버가 보유한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2025년 1분기 기준 약 23%)을 바탕으로 AI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개인용 컴퓨터(노트북·데스크톱)를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다”면서, “AI PC는 사용자의 업무·취미·보안 환경을 자동 학습해 스스로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GPU, AMD EPYC 프로세서 등 고성능(HPC) 칩셋을 도입해 AI 서버 라인업을 전면 개편 중이다.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2026년까지 AI 서버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란 데이터 생성 지점인 ‘엣지’(사용자 단말·IoT 기기 등) 근처에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수행해 지연(latency)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레노버는 5G 통신 모듈과 AI 칩이 결합된 소형 엣지 서버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시장 반응

애널리스트들은 레노버의 ‘관세 불확실성 해소’ 발언이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홍콩 증권가 한 관계자는 “다국적 생산망이야말로 IT 하드웨어 기업의 필수 ‘생존 키’가 됐다”면서 “레노버가 AI와 엣지 분야에 조기 선점 효과를 거둘 경우, 주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상향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AI PC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수요 가시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고성능 GPU·CPU와 같은 핵심 칩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라 ‘칩 쇼티지(chip shortage)’가 재발할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공급망 전문가는 “레노버가 구축한 글로벌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 분산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관세뿐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Geopolitical Risk)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베트남 등지에서 생산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더라도 완제품과 핵심 부품의 ‘우회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AI PC의 사용자 경험(UX) 개선을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에 체감시키느냐, 둘째, 데이터센터·엣지 인프라 부문에서 경쟁사가 추격하기 전에 레노버가 독자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느냐다. 필자는 레노버가 2027년 전후로 해당 사업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단순 PC 업체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관세 변수 완화AI 신사업 강화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레노버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더 선명해지고 있다. 시장은 이제 레노버가 보여줄 ‘AI 생태계 통합’ 전략의 실행력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