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강자에서 파산 직전까지: 삭스의 대형 합병 베팅이 실패한 이유

삭스와 니먼 머커스의 27억 달러 합병이 목표로 한 ‘럭셔리 제왕’ 탄생은 실패로 돌아가며, 합병 기업이 대규모 부채와 저조한 매장 유동성 속에서 법정 보호를 검토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6년 1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에 본사를 둔 대기업 허드슨스 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 HBC)가 2024년 7월에 프라이빗한 경쟁사인 니먼 머커스(Neiman Marcus)와 뉴욕의 대표적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을 인수하고 미국 내 럭셔리 자산을 분사해 삭스 글로벌(Saks Global)을 출범시킨 뒤 벌어진 사태다.

합병 당시만 해도 아마존과 세일즈포스 같은 대형 기업들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며 거래를 지지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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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병 구조 자체가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었다. HBC의 회장이자 NRDC 프라이빗에쿼티 창업자인 리처드 베이커(Richard Baker)가 주도한 이번 합병에서 삭스는 니먼 머커스 인수를 위해 약 22억 달러(약 2.2 billion USD)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 같은 레버리지(차입)에 대한 우려는 당시 회사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둔화 속에서 이미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커졌다.

“거래는 공격적 수익과 비용절감 가정에 기반했지만 이들이 실현되지 않았고, 추가된 레버리지는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소매 섹터에서 유지하기 어려웠다.”
— 팀 하인스(Tim Hynes), 금융정보업체 데트와이어(Debtwire) 글로벌 신용리서치 책임자


초기부터 난항이 예견됐다

삭스는 합병 후 향후 5년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간 6억 달러(600 million USD)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럭셔리 섹터는 2025년에 회복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채무 서비스 부담이 가중되었다. 자금 압박으로 인해 회사는 2025년 6월 추가로 6억 달러를 투자자들에게 요청해야 했다.

현금 흐름 악화는 곧 결제 지연으로 이어졌다. 뉴욕의 팩토링(factoring) 업체 힐던(Hilldun) 최고경영자 게리 와스너(Gary Wassner)는 삭스 글로벌이 인수 직후 비용 절감 효과를 현실화할 만큼의 충분한 초기 자본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소매업체로부터의 미수금 인수를 통해 자금을 운영하며 삭스 글로벌에 대해 수백만 달러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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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에는 회사가 연간 조정 핵심 영업이익(Adjusted core earnings) 목표를 1억4천만~1억6천만 달러($140m–$160m)로 하향 조정했다고 블룸버그가 당시 투자자 콜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당초 제시했던 2억7천5백만~3억2천5백만 달러($275m–$325m) 범위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언론 및 회사 반응

삭스는 본 기사에 대해 다수의 로이터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아마존은 삭스의 재무 문제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며 세일즈포스는 즉시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블룸버그는 지난주 삭스가 운영 자금을 유지하기 위해 10억 달러(1 billion USD) 대출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급망·재고 문제와 상거래 경쟁의 심화

현금 부족으로 삭스는 공급업체 결제를 지연했고, 그 결과 경쟁사보다 제품을 거의 한 달가량 늦게 수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제품을 정가에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와스너와 전직 공급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여러 브랜드가 삭스에 대한 발주를 줄였고, 2026년 1월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제품 배송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힐던은 12월 초부터 발주 승인도 중단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성복 여성 브랜드 관계자는 2025년 12월부터 삭스에 상품을 보내지 않았고, 2025년 8월 이후 회사로부터 6자리 수 달러(≥ $100,000)의 결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시계업체는 삭스가 최소 7만 달러 이상을 늦게 지급했다며 페이먼트 지연을 이유로 거래를 종료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결국 자금은 바닥났다. 삭스는 2025년 9월 버그도프 굿맨의 소수 지분 매각 시도를 포함해 다양한 자본 조달 방안을 모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5년 12월에는 1억 달러($100m)의 이자 지급을 체납해 챕터 11(Chapter 11) 파산신청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법적 절차와 향후 전망

데트와이어의 하인스는 회사가 해당 지급을 이행하기 위한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채권단과 협의해 재무 재구성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스너는 만약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힐던이 파산법원 신탁관리인에게 청구권을 제출해 채권자위원회(Creditors’ Committee)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글로벌은 2025년 12월 말 베이커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마크 메트릭(Marc Metrick)을 교체했다. 베이커는 캐나다의 300년 전통 백화점 체인 허드슨스 베이와 맨해튼 기반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를 소유했으며, 두 체인 모두 문을 닫았다. 그는 또한 독일의 갈레리아 카르슈타트 카우프호프(Galeria Karstadt Kaufhof)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와 지배구조 딜레마

섹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핵심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S&P 글로벌의 추정에 따르면 삭스 글로벌이 보유한 미국 내 총 임대 가능면적(Gross Leasable Area)은 거의 1,300만 평방피트(약 13 million sq ft)이며, 이들 자산의 가치는 약 40억 달러(약 $4 billion)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데트와이어의 하인스는 특히 뉴욕 5번가의 상징적 플래그십점(Flagship store)의 향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구조조정에서는 매장 자체가 존속할 가능성이 있으나, 해당 부지의 최고 가치는 상점으로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용어 설명(독자 참고)

챕터 11(Chapter 11): 미국 연방법상 기업의 법정 관리(파산보호) 절차로, 기업은 운영을 지속하면서 채권자들과 채무 재조정(plan of reorganization)을 협상할 수 있다. 이 절차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기업이 회생을 모색하는 데 사용된다.

레버리지(Leverage): 기업이 외부 차입을 통해 자본구조를 확장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리 상승이나 수익성 저하 시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한다.


분석: 향후 시장·가격·섹터에 미치는 영향

첫째, 삭스 글로벌의 유동성 문제와 잠재적 구조조정은 럭셔리 소매 섹터 전반에 대한 신용 경계 심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업체들이 결제 연체 위험을 경험하면서 다른 소매 유통채널에 대한 거래조건을 강화하거나 선결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중소 브랜드의 현금흐름을 압박해 제품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플래그십 스토어와 주요 상권의 부동산 가치는 단기적으로는 안전 자산으로 평가되더라도 장기적 변환(리테일에서 오피스·주거 등으로의 용도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해당 입지에 대한 임대료 수준과 자산 가치 산정 방식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셋째, 소비자 수요가 온라인 채널과 브랜드 직영 채널로 재편되는 추세가 지속되면 전통적 백화점 모델의 수익성은 추가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경쟁사인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노드스트롬(Nordstrom) 등에도 비용구조 재검토를 촉구할 것이다.

넷째, 금융시장에서 삭스 글로벌의 채무 불이행 우려는 소매 섹터 관련 채권 및 대출 상품의 신용 스프레드를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은행권은 유사한 리스크를 보유한 소매기업에 대해 대출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삭스와 니먼 머커스의 합병은 빅 네임들의 결합이라는 외형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차입과 비용절감 목표 미실현, 브랜드의 직영 판매 확대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며 위기로 치달았다.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자산의 처분, 부동산의 용도 전환, 공급망 재구성 등이 실행될 경우 업계 지형이 더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