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T 정책 입안자, “왓츠앱은 러시아 시장 철수에 대비해야”

모스크바=로이터메타 플랫포름스(나스닥: META)가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이 러시아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의회에서 IT 분야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가 “서비스 철수를 준비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두마) 정보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안톤 고렐킨(Anton Gorelkin)은 성명을 통해 “왓츠앱은 곧 제한 소프트웨어 목록(restricted software list)에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서비스 운영사인 메타가 러시아 시장 철수를 준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지원하는 자체 메신저가 곧 출시될 예정이며, 왓츠앱이 떠나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법령을 통해 국가 지원 메신저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 메신저는 전자정부 서비스와 연동돼, 주민등록·세금·사회보장 등 공공 행정 업무를 통합 제공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제한 소프트웨어 목록’이란?* 러시아 연방 통신·정보기술·매스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이 관리하는 등록부로, 데이터 주권 침해·극단주의 콘텐츠 유포·국가 안보 위협 등의 사유가 인정될 경우 특정 앱이나 웹서비스가 포함된다. 등재 시 러시아 내 앱스토어 유통이 차단되거나, 이동통신·인터넷 사업자가 접속을 봉쇄하는 등의 물리적 제재가 즉시 이행된다.

올해 초 동일한 기준에 따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를 비롯해 여러 서구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접근 차단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반면 텔레그램(Telegram)은 러시아 기업이 아니지만, 창립자 파벨 두로프의 자율 규제 약속과 일부 서버 분산 협조로 제재를 피해 간 사례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새 법령 서명 당시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해 해외 플랫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내 1억 4,000만 인구가 사용하는 핵심 메신저 시장을 ‘국가 안보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으며, 공공·금융·의료 데이터를 모두 암호화·보호하는 자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영향 및 업계 반응
메타 플랫포름스는 현재까지 공식 성명을 내지 않고 있으나, 유사 사례를 감안할 때 러시아 이용자 수백만 명이 서비스 접근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데이터법 연구소(IDL)는 “왓츠앱이 철수할 경우 텔레그램·VK 메신저·국가 지원 메신저로 트래픽이 분산될 것”이라며 “국경 간 데이터 흐름이 더욱 단절돼 디지털 블록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모스크바 소재 스타트업 연합체(Russia IT Guild)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개인 간 실시간 소통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들면, B2B SaaSSoftware as a Service 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 수많은 중소기업은 왓츠앱을 고객 관리·결제 링크 전달·기술 지원 채널로 활용해 왔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정보보안 전문 변호사 알렉세이 코직은 “‘국가 지원 메신저’ 도입은 행정 효율성과 공공 데이터 보호라는 명분이 있지만, 정치·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적 ‘탈출구’로서 가상사설망(VPN)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는 이에 대응해 규제·우회 차단 장비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대응이다. EU·미국의 대러 제재로 이미 현지 매출이 급감한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 러시아 시장은 정치 리스크가 고조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메타·알파벳·애플 등이 ‘부분 철수’나 ‘서비스 중단’을 선택할 경우, 향후 신흥국 정책 결정에도 연쇄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요약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메신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데이터 안보·글로벌 빅테크 규제라는 다층적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러시아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법적 조치를 취할지, 또 메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가 향후 국제 IT 패권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