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 마련을 위해 부가가치세(VAT) 세율을 현행 20%에서 22%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 내용은 정부에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이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경제 관련 부처들은 세수 확충을 통해 재정 적자를 메우면서도 국가재정준비금(Fund for National Wealth)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부가가치세 인상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소식통들은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재무부와 경제개발부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세율이 2%포인트 올라갈 경우, 2026 회계연도에 수천억 루블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공식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예산 초안은 정부가 작성하는 만큼, 관련 질의는 크렘린이 아니라 정부로 돌려야 한다”고만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각료회의에서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라”고 정부에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이 VAT 인상안을 계속 저울질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확대된 지출과 서방 제재에 따른 경제 둔화라는 이중 압박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가가치세(VAT)란?
부가가치세는 재화·서비스가 생산·유통 단계별로 창출한 부가가치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부담하나, 징수·납부는 사업자가 단계별로 수행한다. 러시아의 현행 VAT 표준세율은 2019년 1월 1일 18%에서 20%로 한 차례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따라서 이번에 거론되는 22%는 최근 7년 사이 두 번째 인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율이 22%로 상향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특히 생활필수품과 서비스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 가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재무부는 물가 안정 기금과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병행해 조세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대규모 제재를 받아왔으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융·무역 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이에 따라 루블화 가치가 흔들리고, 원자재 수출에서 발생하는 국부펀드 수입도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이번 VAT 인상 검토는 지속가능한 재정 조달을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한 세수 확대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스크바 소재 한 경제연구소의 세제 전문 연구원은 “소비세 성격의 VAT 비중이 커지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전쟁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소득세나 법인세 인상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만큼,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용히 거둘 수 있는 세목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예산안 제출 시한인 2025년 말까지 다양한 거시경제 변수를 종합 검토한 뒤 최종 세율을 확정할 예정이다. 향후 공식 발표가 있을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과 소비자 물가는 다시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