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차 제재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공중 휴전’ 카드 만지작

모스크바가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부분적 ‘공중 휴전(air truce)’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복수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 발언을 토대로 5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양보의 신호를 보내기 위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공중 공격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러시아가 “공격 일시 중단”이라는 최소 행동을 제시하면, 백악관은 대(對)러 2차 제재 카드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지막 협상창 구실을 할 수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익명의 크렘린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면 휴전에는 전혀 동의할 생각이 없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얻고 있는 “지속적 전술적 진전”을 포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2차 제재’란 무엇인가

2차 제재는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기관까지 금융망에서 배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 압박 수단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이후 미국·EU 금융망에서 상당 부분 퇴출됐지만, 중국, 인도, 중동 등과의 우회 거래로 외화를 조달해 왔다. 만약 워싱턴이 2차 제재 트리거를 당기면, 이들 우군 국가의 은행도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돼 모스크바의 숨통이 크게 조일 수 있다.

“공중 공격을 숨 고르기 정도로 멈추는 것은 전장 상황을 바꾸지 않지만, ‘트럼프 정부가 압박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 러시아 외교 소식통

이번 시기에 맞춰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미국 특사가 주중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알려진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러시아 정부 인사들은 위트코프 방러를 “늦었지만 남은 유일한 협상 테이블”로 평가하면서도, “미국 국내 대선 국면을 감안할 때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크렘린은 △드론·미사일 공습 일시 중단 △우크라이나의 상응 조치 요구 △제재 완화 로드맵 등 ‘조건부 제안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전쟁 목표는 불변”이라며, 전면 휴전 요청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2015년 민스크합의(Minsk Agreements)가 휴전선 고착만 남기고 결국 실패한 전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서방, “선결 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

키이우와 서방 주요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일시적 공중 휴전을 ‘전략적 시간 벌기’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푸틴의 진정성 없는 제스처에 속아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제재는 러시아가 점령군을 철수하고 전면적 불법 침공을 중단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시장·에너지 가격 단기 변동성 확대”

국제 에너지 및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공중 휴전’이 단행되더라도 전력·인프라 타격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어, 유럽 천연가스 선물원유 브렌트유 가격“짧은 안도 랠리 뒤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또한 2차 제재 유예 여부가 신흥국 증시로의 위험 선호(risk-on)·회피(risk-off) 성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드론·미사일 공습은 러시아가 2023년 이후 전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핵심 도구로 꼽힌다. 이란제 샤헤드-136 등 저비용 자폭 드론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소모시키고, 고속 KH-47 킨잘(Kinzhal) 미사일은 서방 제공 패트리엇·아이리스-T로는 요격이 까다롭다. 따라서 “공중 휴전”은 러시아의 실질적 군사 자산 일부를 묶어두는 조치지만, 지상 전력과 점령지 방어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결론 및 전망

러시아가 제안 중인 ‘공중 휴전’은 미·러 관계의 파국을 잠시 늦추는 외교적 완충지대가 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서방이 요구해 온 “영토 회복과 전면 철수”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향후 협상은 2차 제재 발동 여부, 미 대선 정치 일정, 전황 변화라는 세 축 위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에너지, 곡물, 방산 섹터의 가격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