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트럼프 제재 시한 앞두고 8월에도 루블화 방어 위해 외환 순매도 지속

[모스크바=로이터] 러시아 재무부가 8월에도 외환 순매도를 통해 루블화 방어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5일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진전을 촉구하며 제시한 8월 8일 제재 시한을 앞두고 나온 조치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에서 하루 0.3억 루블(약 375만 달러) 규모의 외화를 8월 7일부터 9월 4일까지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의 0.82억 루블 대비 큰 폭의 축소다.

이번 결정으로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합산해 집행하는 국가 전체의 일일 순외환 매도 규모는 8월 7일부터 하루 92.4억 루블로 약 5% 감소하게 된다.

러시아는 복합적인 외환 운용 체계를 가동 중이다. 중앙은행은 국내 외환시장에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매수·매도를 수행하는 동시에,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재무부를 대리해 외화 거래도 맡는다.

재무부는 해당 기간 총 62억 루블의 외화를 매각할 예정이며, 이는 직전 기간 187.7억 루블에서 대폭 줄어든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8일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3년 반 지속) 해결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및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의 경고 직후 루블화는 약세를 보였으나 곧 반등했다. 5일 09시30분 GMT 기준 루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 하락한 달러당 79.95루블에 거래됐다.

참고 현재 환율(1달러=79.90루블)을 적용하면 하루 0.3억 루블은 약 375만 달러다.

용어 해설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는 원유·가스 관세 등 자원 수익을 재원으로 조성된 러시아의 전략적 기금이다. 경기 침체나 급격한 환율 변동 시 재정을 보완하거나 통화 가치 방어에 활용된다.

순외환 매도(Net Forex Sales)란 중앙은행과 정부가 시장에 내다 판 외화에서 구매한 외화를 뺀 순수한 매도액을 의미한다. 이 금액이 늘어나면 해당국 통화(이 경우 루블)의 수요가 증가해 통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및 정책 분석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외환 매도 규모를 줄였음에도 루블 방어 효과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평가한다. 하루 92.4억 루블 수준의 순매도는 여전히 국내 시장 유동성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부펀드 투입액을 줄인 것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재정 여력이 개선됐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재 리스크는 상존한다.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2차 제재, 즉 러시아산 원유·가스 구매국에 대한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환율·재정·성장률 모두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스크바 현지 자산운용사 BCS Global Markets는 “제재 시행 전까지 산유량 조절, 협상 제안 등 정치·외교적 카드가 복합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G7·EU가 단계별로 도입한 에너지 가격상한제와 금융제재는 이미 러시아의 외화 확보 경로를 제한해 왔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조치는 국제 금융기관의 러시아 관련 거래 비용을 더욱 높여 루블화의 구조적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루블화 약세는 세수 확대와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개선이라는 이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부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러시아 재무부는 2024년 연방예산 수정안에서 루블 1% 절하 시 130억 루블의 추가 세수 확보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다만 지나친 통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외환매도를 통해 적정 균형점을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8월 8일 발표될 미국의 구체적 제재 목록
② 국제 유가 및 가스 가격 동향
③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다음 회의 9월 12일 예정)
④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재개 여부

해당 변수에 따라 루블/달러 환율이 80루블선 안착에 실패할 경우, 재무부는 국부펀드 투입 규모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