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트럭 제조사 카마스, 시장 침체 직격탄
러시아 대표 트럭 제조업체 카마스(Kamaz)가 자국 트럭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인해 생산량을 줄이고 주 5일제를 주 4일제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수입업자들의 근시안적 정책과 러시아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을 지목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카마스는 “러시아 트럭(14톤 이상) 시장이 올해 상반기에만 60% 급감했다”고 밝히며, 트럭 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 및 근무 체제를 신속히 조정하지 않고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금리 압박에 자동차 업계 전반이 흔들려
카마스뿐 아니라 러시아 최대 승용차 제조사 아브토바즈(Avtovaz)와 고르키 자동차 공장(GAZ)도 이번 주 들어 각각 주 4일 근무제 전환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은 “차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개월째 정부와 재계로부터 고금리 유지에 대한 압박을 받아 왔다. 로이터가 실시한 애널리스트 설문에 따르면 시장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8%로 2%p(200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마스가 지목한 두 가지 위기 요인
카마스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트럭 재고 누적 현황과 함께 다음 두 가지 요인을 상세히 설명했다.
① 수입업자의 근시안적 행보* – “2023년 시장이 둔화될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외국산 장비를 과잉 수입해 올해 재고 과잉을 초래했다.”
②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 정책 – “고금리·고리스 비용으로 인해 신규 트럭 구매는커녕, 기존 리스 장비도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카마스 관계자는 “현재 3만 대 이상의 대형 트럭이 창고에 쌓여 있으며, 덤핑 가격으로 내놓아도 수요가 없다”고 토로했다.
8월 1일부터 주 4일제… 러시아 경제 전반에 그림자
카마스는 오는 8월 1일부터 단축 근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두 분기에 걸친 군사 지출 확대 이후 러시아 경제가 과열을 끝내고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면서, “트럭 판매는 건설·물류 등 실물경제 활동의 선행 지표인 만큼 그 하락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억눌린 민간 수요와 과잉 재고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 회복 시점이 예상을 뛰어넘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용어 해설 및 배경 지식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bp)는 0.01%p를 의미하는 금융 용어다. 예를 들어 200bp 인하는 2%p 인하와 동일하다.
리스(Leasing)는 장비나 차량을 일정 기간 빌려 사용하는 금융기법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는 월간 상환 부담이 급증한다.
덤핑 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내다 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재고 회전에는 도움을 주지만, 업계 전반의 가격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러시아 산업·금융 분석가들은 “카마스의 결정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진단한다. 특히 지난 2년간 군비 지출로 부양됐던 경기의 반작용이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위축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측통은 “수입 트럭 과잉 반입은 화물 운송업체들이 가격·성능 면에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점을 방증한다”면서, “국산 트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투자와 금융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기준, 러시아 대형 트럭 시장 연간 수요는 약 9만 대 규모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