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자동차업체 아브토바즈, 판매 부진에 주4일 근무제 검토

러시아 최대 완성차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가 판매 급감과 고금리 여파로 인해 주5일제를 주4일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영 대기업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드문 사례로, 중국산 차량과의 치열한 경쟁과 고금리 장기화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높은 기준금리가 자동차 할부 수요를 위축시키고, 생산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작업 일수를 줄이는 탄력근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개월째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20%대 금리를 유지해 왔다. 금융·산업계는 차입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를 조속히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장은 이번 주 금통위에서 200bp 인하해 연 18%로 조정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판매 급감·中 브랜드 공세 겹악재

아브토바즈는 전체 임직원이 3만여 명에 달하며, 대부분이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볼가강변 도시 톨리아티 공장에 근무한다. 시장조사기관 오토스탯(Autost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155,481대로 집계됐다.

“높은 기준금리와 규제기관의 대출 요건 강화가 자동차 금융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여기에 저가 공세를 펼치는 수입 브랜드 물량이 대거 유입돼 국내 판매를 갉아먹고 있다.” — 아브토바즈 공식 성명

러시아 시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외국계 완성차 업체가 대거 철수했고, 그 공백을 중국 제조사가 빠르게 메웠다. 현재 중국 브랜드 차량은 러시아 내 전체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전쟁 이전에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과거에도 시행했던 부분 휴업

아브토바즈는 2022년 5~7월 석 달간 주4일제를 이미 적용한 바 있다. 당시 대표 차종 라다(Lada)의 연간 판매량은 48.2% 급감한 174,688대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9월 말부터 다시 단축근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브토바즈 측은최종 결정은 시장 동향, 경제 요인, 기준금리 수준, 신용상품 이용 가능성 등을 종합 분석해 내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시 시점은 9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기준금리(Key Rate)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정책금리로, 대출·예금·채권 등 시중 금리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 자동차 할부금리 역시 상승해 소비자의 구매여력과 제조사의 생산비용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덤핑(Price Dumping)은 특정 기업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원가 이하 또는 초저가로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아브토바즈는 중국산 수입차가 덤핑 가격 정책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자사 판매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보호와 부품 국산화 확대를 위해 세제지원·보조금·투자프로그램을 검토 중이지만, 중국 브랜드의 급증과 고금리 장기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단기간 내 업황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