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 러시아 최대 대출기관 스베르방크의 고위 임원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경제가 지속적인 냉각(continued cooling) 국면에 있다고 평가하며, 내년 성장률이 약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기업 활동 부진이 4~5개 분기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는 스베르방크 알렉산드르 베댜힌 First Deputy CEO가 참여했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댜힌은 “실제로 우리는 상당히 눈에 띄는 경기 냉각의 지속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성장 흐름이 완만한 수준에 머물고, 기업의 투자·생산 의사결정도 위축된 채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는 경제의 지속적인 냉각, 그것도 꽤 뚜렷한 냉각을 보고 있다.”
베댜힌의 이 발언은 고금리·고물가 억제 정책 아래 수요와 신용이 동시에 눌리는 관리된 둔화 기조가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배경으로, 러시아 경제는 2024년 4.3%라는 견조한 성장 이후 올해 급격한 둔화를 겪고 있다. 베댜힌은 그 원인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설정한 높은 기준금리를 지목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활동 과열을 식히고 물가를 안정하기 위한 금리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1.5% 범위로 제시하고 있다.
베댜힌은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중앙은행이 현행 기준금리 16.5%를 동결하거나 50bp(basis points, 1bp=0.01%p)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50bp 인하만으로는 성장 촉진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10~11월 대출 증가의 일부가 투자 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운영비 조달에 의해 견인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이 장기 자본지출(CAPEX)보다는 유동성 방어와 비용 충당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준금리가 12~14%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투자 회복이 어렵다.”
그는 이어 자원 수출 기업처럼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조차 고금리, 고평가된 루블, 서방 제재의 삼중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베댜힌은 “금리가 해당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관리된 냉각의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관리된 냉각’은 물가·수요·신용을 함께 다루는 정책 조합 아래, 급격한 경착륙을 피하면서도 과열을 식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환율 전망과 관련해 스베르방크는 현재 1달러=78.6루블 수준인 환율이 연말까지 85루블로 약세를 보이고, 2026년에는 95루블까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25년 6월에는 헤르만 그레프 스베르방크 CEO가 “1달러=100루블은 공정한 환율”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루블의 소폭 약세는 가능하며 그 요인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1달러=100루블이 아니라, 90루블대 이상 어딘가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베댜힌은 이렇게 덧붙이며, 향후 환율 경로가 과거 고점 대비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내년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의 외화 매도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입 감소와 높은 금리가 맞물려 2026년 루블을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외화 유입·유출의 균형과 내수 수요 조정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유동성 ‘얇아진’ 외환시장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베댜힌은 외화 수요가 줄면서 러시아 외환시장이 얇고(thin) 변동성이 큰 환경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서 비교적 작은 거래도 환율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1억 규모의 대형 주문이 나타나면 가끔 시장이 흔들린다. 심지어 $1천만만으로도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는 유동성이 희소한 구간에서 가격 탄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책 함의와 시장 파장
이번 발언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준금리 16.5%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 회복을 지연시키고, 소비·신용 확장을 제약해 성장률을 1%대로 묶는 압력을 형성한다. 베댜힌이 지목한 투자 임계구간(12~14%)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운영자금 위주로 대출을 활용하며 설비투자(CAPEX)는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환율 측면에서는 국부펀드의 외화 매도 축소, 수입 축소, 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루블의 급격한 추가 약세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유동성이 얇은 외환시장 특성상 단일 이벤트 거래가 환율에 미치는 단기 충격은 커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환위험 관리와 현금흐름 계획에서 보수적 가정이 요구됨을 뜻한다.
루블 ‘고평가’ 압력과 서방 제재도 기업 영업환경을 제약한다. 자원 수출 기업처럼 외화수입 기반이 튼튼한 기업도 환율·금리·제재의 삼중 제약 속에서 수익성 방어가 과제가 되고, 국내 대출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차입 기반 투자는 선택지가 좁아진다.
용어 풀이
– 기준금리(Key rate):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간 자금 조달·운용의 기축이 되는 정책금리다. 러시아의 경우 현행 16.5%다.
– 베이시스 포인트(bp): 금리 변동의 최소 단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1bp = 0.01%포인트다. 50bp 인하는 0.50%포인트 인하를 뜻한다.
– 관리된 냉각(Managed cooling):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안정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성장속도를 낮추는 정책 환경을 말한다. 급격한 침체가 아니라 점진적 둔화를 목표로 한다.
– 얇은 시장(Thin market): 거래량·유동성이 적어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핵심 메시지 요약
스베르방크의 베댜힌은 러시아 경제의 냉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률은 1% 안팎에 머물고 기업 활동 부진이 4~5개 분기 연장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준금리 16.5%는 단기간에 크게 낮아지기 어렵고, 50bp 인하만으로는 투자 회복을 촉발하기 어렵다고 봤다. 환율은 연말 85루블/달러, 2026년 95루블/달러 수준으로 약세를 전망했으며, 유동성 얇은 외환시장에서는 $1억 혹은 $1천만의 거래만으로도 환율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