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2026년 상반기부터 자체 외환(外換) 판매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루블에 대한 정부·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매도 지원을 줄이는 것으로 평가되며, 2026년에는 루블 약세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2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2026년 상반기에 하루당 46.2억 루블(약 5,981만 달러)어치의 외화를 자체적으로 매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의 하루 89.4억 루블에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합산 외환 판매는 2025년 루블 강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으며, 수출 기업들은 올해 루블이 약 45% 급등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해 왔다. 중앙은행은 또한 국가 예비인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 약어 NWF)를 대신한 거래를 포함한 전체 국가 차원의 외환 판매 규모를 1월 12일부터 30% 축소된 하루 102.2억 루블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발표한 이 새로운 매도 물량은 1월 15일까지 적용되며, 이후 재무부가 NWF의 월별 목표치를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NWF는 예산에 에너지(석유·가스) 수입이 초과할 때 외화를 매수하고, 에너지 수입이 줄어 예산 적자를 메울 필요가 있을 때 외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는 수출가격 하락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와 더불어 루블 약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발언은 T-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Sofya Donets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정부는 2025년 하반기에 예산적자 보전을 위해 NWF를 활용하지 않고 국내 차입을 선호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이는 이달(2025년 12월) 월별 석유·가스 수입이 2020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유지된 방침이다.
향후 정책 기조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추가 하락이나 우크라이나 관련 추가 서방 제재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2026년에도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진 않았다. 루블은 장외(OTC) 거래에서 미 달러당 77.7로 0.4% 강세를 보였고, 모스크바 거래소(Moscow Exchange)에서는 중국 위안화 대비 11.04로 보합 수준에서 거래됐다.
용어 설명
국부펀드(NWF): 국가 예비자금으로서, 러시아의 경우 에너지(석유·가스) 수입이 호전될 때 외화를 매입해 자금을 축적하고,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거나 예산 적자가 발생할 때 해당 자금을 환전·매도해 예산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발표에서 재무부가 1월 중 NWF의 월별 목표를 다시 설정할 예정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외환 개입(외환시장 개입):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의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화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조치다.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합산 외환판매는 루블 강세를 촉진했으며, 이번 자체 매도 축소는 그 지렛대를 일부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
장외(OTC) 거래: 증권거래소 외의 거래소간 거래 또는 장외시장에서 이뤄지는 환율·금융상품 거래를 말한다. 장외시장은 거래소 가격과는 다르게 즉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향 분석 및 전망
이번 중앙은행의 자체 외환판매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루블에 대한 직접적 매도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전체 국가 차원의 외환판매도 30% 축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외환 공급은 전반적으로 감소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향후 환율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첫째, 루블의 중기적 흐름: 중앙은행의 자체 매도 축소는 루블 강세를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재무부와 NWF가 설정하는 월별 매도·매수 목표에 따라 실제 시장 유동성은 달라질 수 있다. 수출 가격 하락 등 외부 요인이 동반될 경우 루블 약세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둘째, 수출 기업 및 실물부문 영향: 2025년 루블이 약 45% 상승하면서 수출기업들의 루블 환산 실적이 악화되었다. 중앙은행의 조치가 루블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면 수출기업들의 실적 회복 가능성이 커지지만, 동시에 에너지 수입 급감으로 인한 국가예산 압박이 심화될 경우 재무정책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셋째, 통화정책·물가 영향: 보도에서 암시하듯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는 물가·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하 또는 완화적 기조는 단기적으로 자본유출·통화가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으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
넷째, 에너지수입과 재정의 상호작용: 러시아의 예산은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므로 에너지 가격 하락은 NWF 운용과 재무부의 외환개입 전략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한다. 2025년 하반기 정부가 NWF를 활용하지 않고 국내 차입을 택한 것은 이러한 제약의 현실적인 반영이다.
다섯째, 지정학적·제재 리스크: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추가 서방 제재는 에너지 수출 및 외환수입을 추가로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정책 선택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이러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유지될 때에만 현재 발표된 기조가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적 관찰
중앙은행의 자체 외환판매 절반 축소 발표는 정책 스탠스의 전환로 해석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루블 강세 완화 요인이지만, 전체 국가 차원의 외환판매 감소와 에너지수입의 변동성, 통화정책의 완화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2026년에는 루블이 점진적 약세를 보일 개연성이 커 보인다. 투자자와 수출입 기업은 1월 중 재무부가 발표할 NWF 월별 목표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지정학적 리스크의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