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발—러시아 중앙은행(CBR) 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Elvira Nabiullina)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8%로 2%포인트 인하한 결정의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 재정·외환 여건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그녀는 부총재 알렉세이 자보트킨(Alexei Zabotkin)과 함께 질의응답에 나섰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러시아어로 발언했으며 주요 발언은 영어로 번역돼 배포됐다. 본 기사는 이를 토대로 한국어로 재번역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러시아가 2024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올려온 금리 기조를 완화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논의 과정에서 ‘동결’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으며 100bp(1%포인트), 150bp(1.5%포인트), 200bp(2%포인트) 등 세 가지 인하 폭 중 100bp와 200bp 안을 중점적으로 토의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만을 검토했으며, 100bp·150bp·200bp 인하 옵션이 논의됐다. 특히 100bp와 200bp 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
■ 향후 금리 경로 및 조건
총재는 올해 남은 회의에서 100bp, 150bp, 200bp 인하와 ‘동결’을 모두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단, 이러한 ‘균등한 완만한 인하 경로’가 구현되려면 물가 안정이 보다 확실히 증명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수준에서 고착돼야 하며, 새로운 인플레이션 충격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통화정책 덕분에 인플레이션 하락세 전환이 이뤄졌지만, 2026년까지 4%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유지하려면 긴축적 스탠스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4%대 물가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의 심리까지 포함해 장기간 저물가가 체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인플레이션 위험 및 기대 인식
나비울리나는 “종합적으로 보면 상방(프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우세하다”면서도 “기준 시나리오보다 신용과 수요가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 즉 디스인플레이션 위험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점은 우려하지만, 금리 인하가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보트킨 부총재 역시 “향후 결정에서 신중론이 언급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뜻”이라며 “그 외의 접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상관관계
총재는 러시아 정부가 채택한 ‘예산 규칙’(Budget Rule)이 올해와 향후 몇 년간 준수된다는 가정하에 전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규칙이 변경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도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거시경제·환율 전망
나비울리나는 4월 전망 대비 러시아산 원유 가격 가정을 배럴당 5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과 2026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동시에 향후 2년간 수출·경상수지 전망도 소폭 낮췄다.
그녀는 “루블화 환율은 경상수지뿐 아니라 자본수지 흐름에도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금리는 러시아 자국민과 기업이 루블 자산을 해외 자산보다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해준다”면서 “수입 수요가 완화된 것과 결합해 수출이 다소 줄었음에도 루블화의 안정을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 은행권 건전성 평가
한편 나비울리나는 대형 은행의 재자본화(recapitalisation) 필요성이나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s) 누증 우려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녀는 “은행권은 충분히 수익성이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 용어 풀이: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즉 100bp는 1%포인트, 200bp는 2%포인트다. 금융시장에서 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정밀하게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원문(영어) 인용구를 직역·의역 방식으로 혼합해 번역했으며, 고유명사는 첫 번째 언급 시 영문 병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