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의 결정 배경과 전망
모스크바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CBR)은 12일 기준금리를 기존 18%에서 17%로 1%p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와 알렉세이 자보트킨 부총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통화정책, 경제 성장률 전망, 연방예산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기자회견은 긴축과 완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의중을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두 가지 시나리오—1%p 인하 또는 동결—를 두고 논의했으나, 통화 여건이 이미 다소 완화되었고 예산정책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1%p 인하로 결론냈다”라고 밝혔다.
1. 러·중 결제 시스템 협력
총재는 중국과의 결제 시스템 협력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외부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은행과 기업들은 다양한 대체 결제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며 국제 결제가 금융 안정성이나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대체 결제망
서방 제재로 SWIFT망 이용에 제약이 생긴 러시아 은행들은 중국 CIPS, 자체 SPFS(러시아판 SWIFT) 등 ‘대체 결제망’을 활용해 무역 결제를 처리한다. 이러한 인프라는 제재 리스크를 완화해 국제 결제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 경제 성장률 전망
나비울리나 총재는 “올해와 내년에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지난 2년간의 과열(overheating) 이후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열이 심할수록 성장 둔화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녀는 성장 재가속 시점을 2027년 초로 제시하며, “수요와 생산능력이 균형을 회복하고 잠재성장률이 실제 수요를 따라잡을 때”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4%로 안정되고, 정책금리도 ‘중립 금리(neutral rate)’ 범위인 7.5%~8.5%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중립 금리
중립 금리는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지도, 과열시키지도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종착점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금 성장을 서둘러 부양하면 물가가 다시 뛰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해칠 수 있다”며, 물가 안정 선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3. 정책금리 결정 과정
이번 회의에서 고려된 두 가지 옵션은 ① 1%p 인하와 ② 동결이었다. 총재는 “이미 통화여건이 다소 완화된 점과, 향후 예산정책의 구체적 수치를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동결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하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선 “재정정책이 올해는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 연방예산과 통화정책
총재는 “오늘의 결정은 2025년 말까지 형성될 예산 구조와 2026~2028년의 주요 지표를 가정한 것”이라며, 예산안 수정이 마무리되는 9월 말 이전에 정부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앙은행은 이를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전망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녀는 재정정책을 “항상 중요한 변수”로 규정하며, 예산의 예측 가능성이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5. 환율 변동성
나비울리나 총재는 환율이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라고 정의했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하에서 구조적·지속적 루블 약세는 불가능하다”며,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두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6. 전문가 시각
“금리 인하와 재정 긴축이 병행될 경우, 루블화 안정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동시에 가능하다. 다만 에너지 수출 동향, 서방 제재 강도, 중국과의 무역 구조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것”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정책 조합(policy mix)’을 통해 수요 압력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2027년을 중립 금리 복귀 시점으로 제시한 것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관리하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7. 본 기자가 주목한 포인트
이번 기자회견은 ① 과열 해소 → ② 물가 안정 → ③ 성장 재가속이라는 ‘3단 로드맵’을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 금리 인하 효과가 아니라, 수요·공급 균형 복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2025~2028년의 재정 궤적까지 시나리오에 반영한 것은, 통화·재정 정책의 협조적 거버넌스를 강조한 대목이다. 이는 향후 제재와 외부 충격에 대비한 ‘정책 일관성’ 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 이후 시장에서는 추가 완화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최근 6개월간 소비자물가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노동시장 타이트닝과 재정지출 불확실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8. 결론
러시아 중앙은행은 18%였던 기준금리를 17%로 전격 인하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한 단계 완화했다. 그러나 과열 해소·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성장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균형 회복을 명확히 했다. 2027년 중립 금리 복귀 목표는 장기 정책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10월 회의에서 예산 수정안이 통화정책 전망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가 곧바로 성장 촉진으로 이어진다’는 단순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와 함께, 중앙은행의 신중한 완화 전략이 부각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