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모스크바] 러시아 중앙은행(Central Bank of Russia, CBR)이 기준금리 18%를 추가로 인하할지 여부가 아직 기정사실이 아니며, 물가 상승세가 충분히 둔화되지 않을 경우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고위 정책 당국자가 강조했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 통신과 정부 기관지 ‘로시이스카야 가제타’ 보도에 따르면, CBR 통화정책국장 안드레이 강간(Andrei Gangan)은 “올해 12월까지 평균 정책금리는 16.3~18% 범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연말 시점의 단일 수치는 이 구간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이 우호적으로 전개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될 경우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18% 동결 시나리오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강간 국장은 2025년 인플레이션 목표치(6~7%)와 중장기 목표치(4%)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 평균 기준금리를 12~13%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그는 “지정학적 위험, 공급망 교란, 환율 변동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계속되는 한, 향후 금리 결정은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지표 현황

CBR은 물가 안정 목표치인 4%를 회복하기 위해 2023년 하반기부터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실제로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 8.79%로 6월(9.40%)보다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목표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또한 8월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3.5%로 7월(13%) 대비 소폭 상승했다. 러시아 경제에서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은 임금·가격 선제 인상으로 이어져 실제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전문가 시각과 배경 설명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와 자본시장 제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졌다. CBR은 2023년 7월 긴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같은 해 10월엔 15%, 이어 2024년 2월엔 18%로 잇따라 인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고금리로 인한 내수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직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비재·식품 가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CBR의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를 대체로 이해한다는 평가다.

다만 자본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대출 부실과 투자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18%까지 오른 상황에서 가계·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이자율 한계에 거의 도달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용어 해설

*기준금리(Key Rate)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대표적 단기 정책금리로, 예금·대출·채권 등 금융시장의 이자율 기준점이 된다.

*인플레이션 기대치(Inflation Expectations)란 가계·기업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며, 실제 임금·가격 책정에 반영돼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재차 위협하고, 원자재·식량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러시아 소비자물가가 단기간 안에 목표치 4%대 아래로 수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미·EU 추가 제재 가능성과 전쟁 장기화가 지속적으로 환율·수입 비용을 자극한다면, CBR은 연말까지 ‘실질 금리(명목 금리−물가 상승률)’를 플러스로 유지하기 위해 현행 18%를 고수할 공산이 크다.

반면,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소비 위축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징후가 빨라질 경우, 4분기 통화정책 회의에서 100bp(1%포인트) 수준의 선제적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9월 중 예정된 CBR 회의와 10월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