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액화천연가스(LNG)에서 고농축 우라늄까지 다양한 러시아산 에너지·원자재를 수십억 유로 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 급증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압박에 대해 “서방의 이중 잣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래는 미국·유럽·인도가 러시아와 유지하고 있는 핵심 상업적 연계와 지난 4년간의 변화를 항목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EU의 러시아산 수입 동향
전쟁 개시 이후 EU는 대러 제재와 수입 제한으로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22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러시아발 수입은 86% 감소했다.
2025년 1분기 EU의 러시아산 상품 수입액은 87억4천만 유로(미화 101억1천만 달러)로, 4년 전 305억8천만 유로에서 크게 줄었다. 2022년 1월 이후 EU가 들여온 러시아 상품은 총 2,970억 유로에 달한다.
그럼에도 EU는 여전히 석유·니켈·천연가스·비료·철·강을 러시아에서 구매하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EU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원자재는 대체 공급처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다.”
* 석유(OIL)
4년 전 러시아는 EU 최대 석유 공급국이었으나, 해상 수송 러시아산 원유 금수 이후 점유율이 2021년 28.74%에서 2025년 2.01%로 급락했다. 2025년 1분기 석유 수입액은 14억8천만 유로로 4년 전 140억6천만 유로 대비 급감했다.
* 천연가스(NATURAL GAS)
러시아산 천연가스 점유율은 2021년 1분기 48%에서 2025년 1분기 17%로 떨어졌다.
* 철·강(IRON AND STEEL)
EU 역외 철·강 수입에서 러시아 비중은 4년 전 18.28%에서 7.71%로 줄었다.
* 비료(FERTILIZERS)
EU 의회가 2025년 5월 러시아 비료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음에도, 2025년 1분기 기준 러시아는 여전히 EU 최대 비료 공급국이다. 비중은 28.15%에서 25.62%로 소폭 하락했다.
인도의 러시아산 수입 급증
EU와 달리 인도는 러시아와의 교역을 크게 확대했다. 인도 상공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657억 달러어치를 수입해 2021년 82억5천만 달러에서 폭증했다.
* 원유(OIL)
가장 큰 요인은 원유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은 2021년 23억1천만 달러에서 2024년 522억 달러로 급증했다.
* 석탄·석탄제품(COAL PRODUCTS)
석탄 관련 수입은 11억2천만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늘었다.
* 비료(FERTILIZERS)
비료 수입은 4억8천3백만 달러에서 16억7천만 달러로 성장했다.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 현황
미국 인구조사국·경제분석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액은 25억 달러로 4년 전 141억4천만 달러에서 감소했다. 2022년 1월 이후 누적 수입은 245억1천만 달러다.
* 비료(FERTILIZERS)
2024년 미국은 러시아 비료를 12억7천만 달러어치 수입했으며, 이는 2021년 11억4천만 달러에서 소폭 증가한 수치다.
* 우라늄·플루토늄(URANIUM, PLUTONIUM)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수입액은 2021년 6억4천6백만 달러에서 2024년 6억2천4백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 팔라듐(PALLADIUM)
팔라듐 수입액은 2021년 15억9천만 달러에서 2024년 8억7천8백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용어 해설 및 추가 정보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 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희귀금속이다. 러시아는 팔라듐 세계 최대 생산국 가운데 하나로, 공급 차질 시 글로벌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농축 우라늄(Enriched Uranium)은 원자력 발전소 연료뿐 아니라 전략·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민감한 전략 물자로 분류된다.
전문가 시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심 원자재 의존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에너지 전환 및 공급망 재편이 장기 과제임을 시사한다. 특히 러시아산 비료와 희귀금속은 대체 공급선이 제한적이어서, 단기간 내 수입 제로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인도처럼 가격 메리트를 적극 활용하는 신흥국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서방 제재의 균열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