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미약한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재활용(스크랩) 수수료 인상으로 가격 급등이 예상되면서 내년 초(2026년) 거래 물량이 준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딜러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2025년 11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10월 신차 판매의 급증은 실질적 회복이라기보다 수수료 인상 전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인상 시행 전에 구매를 마무리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뚜렷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위기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본격화했다. 한때 연간 최대 400만 대 판매가 가능한 유럽의 유망 시장으로 여겨졌으나, 서방 제조사들의 철수와 높은 금리 환경으로 인한 자동차 할부금리 급등이 수요를 압박해 왔다. 올해 들어 러시아 거시경제의 둔화가 심화되면서 가계의 구매력 약화가 겹겹이 부담으로 작용한 점도 시장 회복을 제약했다.
향후 수주 내에 신차 가격의 불가피한 인상이 예고돼 있다. 12월 1일부터 정부는 개인이 사적으로 수입하는 고성능·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재활용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다. 이어 1월 1일에는 모든 승용차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맞춰 약 10%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수수료 인상과 가격 전가
명칭과 달리 이른바 재활용(스크랩) 수수료utilization fee는 실질적으로 재활용과 직접 연계되지 않으며, 국산 완성차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적 성격의 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제조사인 아브토바즈(Avtovaz)는 재고 소진을 위해 주 4일제로 전환한 상태다. 수입사와 국내 완성차 업체 모두 수수료를 납부하지만, 러시아 브랜드에는 보조금이 지급돼 외산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인상 기대가 전 차급에 퍼지며 내수·수입차 모두에 가격 상승 압력이 번지고 있다.
수요의 선반영도 관측됐다. 인상 전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10월 신차 판매는 전달 대비 35% 급증해 165,702대를 기록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3.2% 감소했다. 신차 평균 거래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343만 루블(미화 42,189달러)에 올랐다고 러시아 분석기관 오토스탯(Autostat)이 밝혔다.
물량 ‘임계 저점’ 경고
전쟁 첫해인 2022년 소비에트 붕괴 이후 최저치로 추락한 판매는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브랜드가 가장 큰 수혜를 입어, 2024년 러시아에서 약 100만 대를 판매하며 총 157만 대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고점 이후 2025년 1~10월 누적 판매는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106만 대에 그쳤고, 연말 반짝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알렉세이 포드셰콜딘(러시아자동차딜러협회 회장)은 “연간 물량은 이미 약 130만 대로 임계 저점에 근접했다”며 “내년 1~2월에는 판매가 5~10% 줄며 특히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토스탯의 세르게이 우달로프 상무이사도 “1월 판매는 매우 낮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구매자가 연말 이전에 서둘러 거래를 마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기업협회(AEB)는 재활용 수수료 인상 전에 나타난 선매수 효과로 2025년 판매가 이전 제시한 128만 대 전망을 상회할 것으로 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약 22%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 딜러의 영업관리자 세르게이는 “수수료 인상으로 차값이 크게 뛸 것”이라며 “가격은 결코 내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필요한 사람은 지금 살 것”이라고 말했다.
AEB는 더 나아가 2026년 부가가치세(VAT) 인상(20% → 22%) 계획이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가 확대되는 재정적자를 메우고 군사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완성차 최종 소비자가격에 상향 리스크를 키운다.
체감 사례도 나온다. 인피니티 QX50을 구입한 데니스는 딜러로부터 “지금 사지 않았다면 720만 루블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며, 실제로는 650만 루블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데니스는 “원래는 내년에 살 계획이었지만, 재활용 수수료 때문에 지금 사기로 결정했다”며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고,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신차 구매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기회가 있을 때 선택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재활용(스크랩) 수수료’란 무엇인가
러시아의 재활용(스크랩) 수수료일명 ‘utilization fee’는 명칭과 달리 실제 폐차·재활용 처리 비용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산차 산업 보호와 수입차 가격 인상을 통한 시장 방어 기능을 수행하며, 국내 브랜드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어 상대적 가격 메리트가 생긴다. 제도의 설계상, 강력·고가 차종일수록 수수료 인상폭이 커 개인 직수입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제도 변경이 예고되면 ‘앞당겨 사는’ 선매수가 발생하고, 시행 이후에는 수요 공백이 나타나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이다.
시장 함의와 리스크 포인트
이번 인상은 가격 경직성이 강한 자동차 시장에서 구매력 약화와 맞물려 수요의 탄력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 10월의 판매 급증은 가격 인상 전에 나타난 일시적 수요 집중의 신호이며, 이어지는 1~2월 수요 둔화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2026년 VAT 2%p 인상 요인이 겹치면, 총소유비용(TCO) 상승을 통해 신차 수요가 중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보조금 혜택을 받는 국내 브랜드와 이미 입지를 넓힌 중국 브랜드의 가격 전략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기사에서 제시된 수치와 공식 전망 범위 내에서도 연간 130만 대 안팎의 낮은 체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저유량-고가격’의 구조적 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일정과 지표
– 2025년 12월 1일: 고성능·고가 개인 수입차 대상 수수료 대폭 인상
– 2026년 1월 1일: 모든 승용차 대상 수수료 약 10% 추가 인상 (인플레이션 연동)
– 2026년: VAT 20% → 22% 인상 예정
참고 수치(오토스탯·AEB 등): 10월 신차 판매 165,702대(전월 대비 +35%, 전년 동월 대비 -3.2%), 평균 가격 343만 루블($42,189). 2024년 총판매 157만 대 중 중국차 약 100만 대. 2025년 1~10월 누적 106만 대(약 -20%). 연간 판매는 약 130만 대 수준으로 임계 저점 근접, 1~2월 -5~ -10% 하락 가능성. 2025년 판매 전망은 선매수로 128만 대를 상회하나, 약 22% 감소 기대치.
요약하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재활용 수수료 인상과 VAT 인상의 이중 압력 속에 가격 상향 고착과 수요 위축의 전형적인 조합에 직면했다. 10월의 선반영 랠리 이후 연초 저점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으며, 브랜드별 보조금·가격정책이 향후 점유율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