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1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0.51% 오른 63.42달러에, 10월 인도분 RBOB 휘발유2 선물도 0.31% 상승한 1.9822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시장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물량 축소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 가능성을 핵심 상승 재료로 인식했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G7(주요 7개국) 동맹국들과 협의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대해 최대 100%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미국 측 의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를 억제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급 불확실성을 높이며 유가를 지지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 발트해 연안 원유 수출 허브의 인프라 시설을 손상시켜 원유 흐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부각됐다.
“러시아 원유 처리량이 8월 1~27일 기준 하루 509만 배럴(bpd)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현지 통계3가 추가 하락 압력을 시사한다.
또한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경기 낙관론이 강화돼 석유 수요 기대를 끌어올렸다.
정치·지정학 변수
미국 전(前)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경우 “인내심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유럽에선 폴란드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 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해 분쟁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 리스크는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동맹 산유국)은 10월부터 일일 13만7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9~8월 증산분(54만7천 배럴)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OPEC+는 가동 중단 중인 166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초과분 전망치를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해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 이에 따라 하방 압력도 상존한다.
수급·가격 변수
사우디아라비아는 10월 아시아향 모든 원유 등급의 공식 판매가(OSP)를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예상치(-0.5달러)를 큰 폭 웃도는 인하 폭은 수요 부진 신호로 해석됐다.
또한 에너지 분석업체 보르텍사(Vortexa)는 9월 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6.8% 늘어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부유식 재고 증가 역시 약세 요인이다.
반면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9월 5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부족했고, 휘발유·중간유 재고도 각각 0.6%, 10.4% 낮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5% 증가해 1,349만5천 배럴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13,631만 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9월 12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16기라고 밝혔다. 이는 2025년 8월 초 기록한 410기(4년 내 최저치)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로는 크게 축소된 상태다.
거시경제·환율
달러 강세가 유가 상승 폭을 제한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9월 소비심리지수 잠정치는 55.4로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예상치(58.0)를 하회했다.
금리, 환율,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원유 현물과 선물 가격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비(非)달러권의 원유 구매 비용이 높아져 수요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 OPEC+의 보수적 증산 기조가 가격을 떠받칠 것”으로 본다. 다만 IEA가 제시한 중기 공급 과잉 전망, 사우디의 공격적 가격 인하, 부유식 재고 증가 등 하방 리스크도 명확하다.
따라서 브렌트와 WTI 모두 70~8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며, 지정학적 충격이나 OPEC+ 정책 변화가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1) WTI(West Texas Intermediate): 미국 텍사스 서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국제유가의 대표 지표.
2)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환경 규제를 충족하도록 개선된 휘발유 블렌드.
3) bpd(barrels per day): 하루 평균 배럴 수, 원유 생산·소비량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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