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안 기대와 달러 강세가 복합 작용
1월물 WTI(티커: CLF26)는 금요일 -0.94달러(-1.59%) 하락해 마감했고, 1월물 RBOB 휘발유(티커: RBF26)도 -0.0299달러(-1.62%) 내렸다. 양 상품은 장중 4주래 최저를 기록한 뒤 급락세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달러지수(DXY)가 5.5개월 만의 고점으로 급등해 에너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2025년 11월 24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가 초안한 평화 계획 작업에 동의하겠다고 밝힌 소식이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다만 이후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해당 계획의 핵심 조항을 거부하면서, 합의의 불확실성이 부각돼 낙폭은 장중 저점 대비 일부 축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러가 마련한 평화안 작업에 동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들은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계획의 핵심 내용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반된 뉴스 플로우는 단기 수급·심리에 혼선을 주며, 장중 저점 형성 후 부분 반등을 촉발했다.
수급 변수: OPEC 전망 상향과 미국 생산 증대
직전 수요일 OPEC은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 전망을 적자(공급부족)에서 흑자(공급초과)로 수정했다. 미국의 생산이 예상치를 웃돈 데다 OPEC 자체 산유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OPEC은 기존의 -40만 배럴/일 적자 전망을 +50만 배럴/일(bpd) 흑자로 바꿨다. 동시에 미국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1,353만 bpd에서 1,359만 bpd로 상향했다.
이처럼 생산 상향과 공급흑자 전환 신호는 유가에 구조적 압력을 가한다. 다만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 완화 및 정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 경감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 수출 차질: 정유시설 타격과 제재 영향
Vortexa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첫 15일 동안 러시아의 석유제품 선적이 일 170만 배럴로 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3개월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았고, 10월 말 기준 러시아 정제능력의 13%~20%가 셧다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최대 일 11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으며,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 원유·제품 수출에 추가 제약을 걸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발 공급 위축이 유가의 하방을 방어하는 요인이지만, 글로벌 생산 상향과 수요 둔화 우려가 맞물리며 방향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 이란 유조선 나포, 베네수엘라 관련 군사 동향
유가는 러시아 이슈 외에도 걸프 오브 오만에서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나포(직전 금요일)와, 세계 12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군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에 기초적 지지를 얻었다. 이러한 지정학 리스크는 공급망 타격 우려를 수반해 가격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OPEC+ 정책 트랙: 12월 증산 후 2026년 1분기 동결
11월 2일 회의에서 OPEC+는 12월 생산을 +13만7천 bpd 확대하되, 2026년 1분기에는 emerging 공급과잉을 감안해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IEA는 10월 중순 2026년 글로벌 석유시장이 일 400만 배럴 규모의 기록적 공급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일 220만 배럴 감산의 전면 복원을 추진 중이며, 아직 일 120만 배럴을 추가로 되돌려야 한다. 한편 OPEC 10월 산유는 +5만 bpd 증가한 2,907만 bpd로, 2년 반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해상 저장·미국 재고와 생산: 수급 미세균형의 신호
Vortexa는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11월 14일 종료 주간 기준 1억 3백4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1%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부유식 저장의 증가는 단기 수요 약화 혹은 거래상 보관 전략 변화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같은 주간 EIA 통계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 5년 평균 대비 -5.0%, 휘발유 재고는 -3.7%, 중간유 재고는 -6.9%로 각각 낮았다.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0.2% 감소한 1,383.4만 bpd로, 전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만 bpd에서 소폭 후퇴했다.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11월 21일 종료 주간 미국 가동 원유 굴착기수는 전주 대비 +2기 늘어난 419기로 집계됐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저점 410기를 소폭 상회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리그 수는 2022년 12월의 5년 반 최고치 627기에서 가파르게 감소했다.
시장 해설과 시사점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달러 강세가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상대가치를 낮춰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동했다. 둘째, 러-우 평화안 기대는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시적으로 축소시켰지만, 계획의 불확실성이 즉각적인 추세 전환을 제약했다. 셋째, OPEC의 공급흑자 전망, EIA의 미국 생산 상향 등 공급 측 요인이 중기적 가격 상단을 누르고 있다.
반면, 러시아 정유능력 훼손과 제재, 걸프 오브 오만 유조선 사건, 베네수엘라 관련 군사 동향은 공급망 교란 리스크를 상존시키며 하방 경직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미국 재고가 5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단기 하락 가속을 완충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구조적 공급 확대와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균형을 형성하고 있다.
전술한 혼조 요인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뉴스 민감도가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평화안 관련 외교 이벤트나 OPEC+ 정책 신호, 미국 달러 및 금리 경로가 가격 변동성의 핵심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유식 저장 증가와 리그 수 변화는 참여자들의 공급·수요 기대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용어 해설
WTI: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로, 국제유가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RBOB 휘발유: 미국 표준 휘발유 선물 규격을 의미한다. DXY(달러지수):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bpd: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일일 배럴 단위 생산/소비를 뜻한다.
OPEC/OPEC+: 석유수출국기구 및 동맹 산유국 연합.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 IEA: 국제에너지기구. Vortexa: 원유·정제품의 글로벌 해상 물동량을 추적하는 데이터·애널리틱스 기업. 베이커 휴즈 리그 카운트: 북미 석유·가스 굴착 활동을 주간 단위로 보여주는 선행지표격 통계다.
기타 공시 및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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