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에 국제유가 하락 압력

국제 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7일(현지시간) 장 초반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9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종목코드 CLU25)는 전장 대비 0.10달러(-0.16%) 내린 배럴당 61.83달러, 9월물 RBOB 휘발유(RBU25)는 갤런당 0.063달러(-0.30%) 하락한 2.116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일 2개월 만의 최저치에서 소폭 반등했으나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위험 완화 기대가 다시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수일 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서방의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완화돼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달러 인덱스가 이날 강세를 보인 점도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투자 매력을 낮추며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WTI 선물 가격 그래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러시아가 8일(금)까지 휴전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는 국가”에 대해 새로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6일에는 인도의 대미(對美) 수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면 OPEC의 유휴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RBOB 휘발유 선물 그래프

OPEC+ 증산 계획도 하방 압력 요인이다. 지난 3일(일) OPEC+ 산유국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이 승인됐다. 동맹국들은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유지해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할 방침이다. 다만 수요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생산 동결·증산 중단·감산 재개 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도 166만 배럴의 물량이 2026년 후반까지 가동 중단 상태로 남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 속도로 불어나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규모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2831만 배럴로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추가 제재”

도 병행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러시아 은행 20곳을 SWIFT 결제망에서 추가 차단하는 한편,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에도 규제를 확대했다.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시설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이른바 “그늘선대shadow fleet” 소속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이 제약을 받게 됐다.

수송 중 원유 재고 감소는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보관된 원유량이 8월 1일 주간 기준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

EIA(미 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에서는 8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6.5% 낮고, 휘발유 재고는 0.3% 낮으며, 중간유(디젤 등) 재고는 16.1%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당 0.2% 줄어 1328만4000배럴을 기록해,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를 하회했다.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8월 1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 대비 5기 감소한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200기 이상 줄었다.

용어 풀이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미국산 경질유 벤치마크다.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산소를 첨가해 혼합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을 말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0여 개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를 지칭한다.
• “그늘선대(Shadow Fleet)“는 국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실제 선적 경로와 소유주를 숨긴 채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집단을 의미한다.


저자·면책 조항
이 기사는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가 작성했으며, 8월 7일 기준 해당 필자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떠한 증권에도 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며, BarchartNasdaq, Inc.의 공식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