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1월물 WTI 원유 선물(심볼: CLF26)은 0.21달러(-0.35%) 하락했고, 1월물 RBOB 휘발유 선물(심볼: RBF26)은 0.00195달러(-1.04%) 내렸다. 시장은 달러 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기대를 동시에 반영하며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2025년 12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 당사자들이 다양한 평화 구상을 교환하는 흐름이 관측되며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쟁이 끝날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한이 해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확대 기대를 자극해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유가의 하방을 방어하고 있다. 인터팍스(Interfax)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선박에 대한 공격이 멈추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의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 4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주말 사이 발트해 연안 러시아 석유 터미널이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고 가동이 중단됐다. 또한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CPC)의 계류시설 중 한 곳에서 송유관이 손상되며,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 1일 160만 배럴(bpd)을 운송하는 해당 시스템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텍사(Vortexa)는 11월 28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1억 2,464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약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부유식 저장(floating storage)의 확대가 단기적 공급 과잉 신호로 해석되며 가격에 부담을 줬다.
OPEC은 지난달 3분기 글로벌 석유 수급 추정을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했다. 미국 생산이 예상치를 상회했고, OPEC 자체 산유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OPEC은 3분기 세계 석유시장의 잉여를 일 50만 배럴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달 발표한 일 40만 배럴 부족 전망과 대비된다. 동시에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을 일 1,359만 배럴로 상향(전월 1,353만 배럴)했다.
베네수엘라 리스크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상공을 “폐쇄된 공역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 원유 생산국으로, 해당 지역의 항공·해상 물류 차질 우려는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러시아의 원유·석유제품 수출 감소는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11월 19일 기준 보텍사 자료에 따르면, 11월 상반월(1~15일) 러시아 석유제품 선적량은 일 170만 배럴로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3개월간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연료 부족이 심화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역량도 제약을 받는 모습이다. 10월 말까지 러시아의 정제 능력은 13%~20%가량 무력화됐고, 생산은 최대 일 110만 배럴까지 감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탱커를 겨냥하며 수출 제한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OPEC+는 일요일 발표에서 2026년 1분기 동안 증산 중단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이미 예고된 정책 경로를 고수하는 것으로, 향후 공급 측 불확실성을 줄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11월 2일 진행된 OPEC+ 회의에서는 12월 산유량을 일 13만 7천 배럴 늘린 뒤, 2026년 1분기엔 증산을 멈추는 방침이 공식화됐다. IEA는 10월 중순 2026년 글로벌 잉여가 사상 최대인 일 4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일 220만 배럴 감산을 단계적으로 전량 복원하는 과정을 밟고 있으나, 여전히 일 120만 배럴의 복원 잔량이 남아 있다. OPEC의 10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일 5만 배럴 증가한 일 2,907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가 지난주 수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2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3.8%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3.3% 낮았으며, 중간유(난방유·경유) 재고는 6.9%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0.1% 감소한 일 1,381.4만 배럴로 집계돼, 11월 7일 주간의 사상 최고치(일 1,386.2만 배럴)에서 다소 후퇴했다.
베이커휴즈는 11월 28일로 끝난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 대비 12기 감소한 407기라고 밝혔다. 이는 4년 만의 최저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5.5년 만의 최고치, 627기) 대비 가파르게 감소했다.
용어·기관 설명투자자 이해도 제고
– WTI: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가격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선물이다.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다.
– RBOB 휘발유: 산화제가 첨가되지 않은 휘발유 선물을 뜻한다. 미국 휘발유 가격의 지표로 사용된다.
– bpd(barrels per day): 하루 생산·소비·수출입량을 말한다. 원유 시장의 공급·수요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단위다.
– Vortexa(보텍사): 선박 위치 데이터와 원유·정제유 흐름을 실시간 분석하는 에너지 데이터 업체다. 부유식 저장과 항로를 기반으로 물류 병목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 CPC(Caspian Pipeline Consortium):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로 수송하는 주요 송유관 운영사로, 글로벌 공급선에서 전략적 비중이 크다.
– OPEC/OPEC+: 산유국 협의체로, OPEC+는 OPEC 비회원(러시아 등)까지 포함한 확대 협의체다. 생산 할당 조절을 통해 유가 안정을 도모한다.
–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재고·생산·소비 통계를 주간·월간으로 제공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공식 데이터 소스 중 하나다.
– 베이커휴즈 리그 카운트: 현장 시추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중기적으로 생산 추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해석: 상방과 하방 요인의 공존
하방 요인: 달러 강세, 전쟁 종식 기대에 따른 러시아 공급 회복 관측, 부유식 저장 증가, OPEC의 3분기 수급 흑자 전환, 미국 생산 전망 상향.
상방 요인: 러시아 물류·정제 인프라에 대한 공격, 러시아 석유제품 선적량 급감, 베네수엘라 관련 항공·해상 리스크, 미국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낮은 수준, 시추기 수 감소.
현재의 가격 조정은 수급 펀더멘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서로 상쇄되는 전형적 구도다. 수급 측면에서는 OPEC의 흑자 전환과 부유식 저장 확대, 미국 생산 추정 상향이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리스크 측면에서는 러시아 수출 차질과 정유시설 피해, 베네수엘라 공역 이슈가 강세 요인으로 작동한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방향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교란 정도, OPEC+의 정책 신뢰도가 가격 변동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선박 공격 경고와 CPC 계류시설 손상은 해상 물류 리스크를 높이며, 해상 보험료 상승과 항로 우회를 통해 유효 공급량 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 반대로, 평화 협상 진전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제한 완화를 촉발해 브렌트-두바이-WTI 스프레드 구조에 변화를 줄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상반된 가능성이 공존하는 가운데, 단기 트레이더는 재고 발표 주기와 운송 차질 뉴스플로의 타이밍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용 정보: 체크 포인트
– 주간 EIA 재고·생산: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낮은 상태에서 변곡이 발생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OPEC+ 커뮤니케이션: 증산 중단 유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발언의 정책 일관성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해상 물류·보험: 흑해·발트해·카스피 라인의 운송 가용성과 보험료 변화는 스프레드와 정제마진에 직결된다.
– 달러 인덱스: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 가격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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