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월물(티커: CLU25)과 RBOB 휘발유 9월물(티커: RBU25)이 5일(현지 시각)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각각 -1.13달러(-1.70%), -0.0107달러(-0.51%) 하락 마감하며 한 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유·정제 제품 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공중 휴전(air truce) 가능성이 겹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1가 증산을 결정한 여파도 계속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경기 지표 부진 역시 가격 하락을 가속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서비스) 지수는 예상치(51.5)와 전월치(50.8)를 밑도는 50.1로 떨어졌다. 동시에 유로존 7월 S&P 글로벌 종합 PMI는 잠정치 대비 0.1p 하향 조정돼 50.9에 그쳤다.
PMI와 ISM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2차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제한적 공중 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8월 8일 시한 전에 타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 측 특사인 데이비드 위트코프(Witkoff)가 이번 주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시장은 외교적 돌파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세 자릿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JP모간체이스는 보고서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제한된 OPEC 여유 생산량으로는 러시아 공급 공백을 메우기 어려워 심각한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OPEC+ 증산·재고 흐름
OPEC+는 9월 1일부터 일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배럴 감산분을 순차적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166만배럴의 물량은 여전히 2026년 말까지 동결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일 100만배럴 속도로 쌓이면서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은행 20곳을 SWIFT에서 퇴출하고, 인도 정유사 포함 러시아 연계 정제유에 제재를 확대했다. ‘그림자 선대(phantom fleet)’로 불리는 제재 회피 탱커 105척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현재까지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겼다.
해상 저장 물량 감소도 눈에 띈다. 분석 업체 보텍사(Vortexa)는 8월 1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머물고 있는 부유식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배럴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EIA·베이커휴즈 데이터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8월 6일 발표될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는 -260만배럴, 휘발유 재고는 -100만배럴 감소할 전망이다. 앞선 7월 25일 주간 EIA 데이터에서는 ⓐ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 휘발유 -0.7%, ⓒ 중간유분(난방유·항공유 등) -15.2%로 나타났다. 미 주간 원유 생산량은 1,331만4,000배럴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한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가동 중인 미국 내 원유 시추 장비는 410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가파르게 감소해 공급 측 투자 위축을 드러냈다.
시장 용어 해설
• ISM 서비스 지수: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발표하는 서비스업 경기 선행지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 S&P 글로벌 PMI: 제조·서비스업 전반을 아우르는 구매관리자지수. 역시 50이 경기 분기점이다.
•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에서 거래되는 무연 휘발유 선물 표준 규격이다.
• 그림자 선대: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적·소유주를 위장하거나 위치 정보를 끈 채 운항하는 선박 군을 지칭한다.
기자 전문 분석
단기적으로는 OPEC+ 증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유가를 눌러 추가 하락 압력이 우세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카드’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산 원유 440만배럴가량이 시장에서 사실상 고립될 수 있어 변동성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정유·화학 업계 역시 스프레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 쇼크가 현실화될 경우 미 전략비축유(SPR) 재구매 시기와 중국·인도의 비축 패턴이 단기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기 트레이더는 옵션 변동성 확대에 따른 스프레드 전략, 장기 투자자는 현물 대비 백워데이션(역조) 전환 여부에 주목할 만하다.
※주석
*1) OPEC+: 기존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구성한 협의체.
본 기사 작성 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 기자는 해당 종목에 대한 직접·간접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모든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