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제재와 재고 감소라는 두 축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29일(현지시간) 12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배럴당 0.55%(+0.33달러) 오른 60.33달러에, 12월물 RBOB(휘발유) 선물은 1.47%(+0.0273달러) 상승한 1.8845달러에 각각 장을 마쳤다.
2025년 10월 2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원유시장은
“글로벌 공급이 조여들 것”
이라는 전망 속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부문 추가 제재 기대가 호재로 작용했다. 미(美) 나토 대표부는 “이미 부과된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를 철저히 집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로스네프트(Rosneft PJSC)와 루코일(Lukoil PJSC) 등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로스네프트·가즈프롬네프트(Gazprom Neft)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중국·홍콩 기업 12곳을 포함한 ‘그늘선대(Shadow Fleet)’ 선박 117척 및 기관 45곳을 추가 제재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물량 축소를 통해 글로벌 공급을 더욱 제한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중 간 예비 무역합의 소식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30일 정상회담에서 해당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 차질은 전장부터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지난 두 달간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10월 첫 열흘 동안 러시아 해상 석유제품 수출은 일평균 188만 배럴로, 3.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원유 해상 재고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10월 24일 주간에 7일 이상 정박 상태인 탱커 저장량이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에 달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일평균 40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을 경고한 바 있어, 시장은 단기 타이트·중장기 과잉이라는 복합 시나리오를 주시 중이다.
이번 주말 예정된 OPEC+ 정례회의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블룸버그는 산유국들이 12월 생산량을 하루 13만7천 배럴 추가 증산하는 ‘베이스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올해 초 삭감했던 220만 배럴 감산분을 완전 복구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다. 실제 9월 OPEC 생산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늘어난 2,905만 배럴로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미 에너지정보청) 주간 재고 보고서는 상승 재료를 한층 강화했다. 10월 24일 주간 상업용 원유 재고는 시장 예상(+120만 배럴 증가)을 뒤엎고 686만 배럴 감소했다. 휘발유 재고도 590만 배럴 줄어 11개월 최저치를 기록했고, 난방유·경유를 포함한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 역시 336만 배럴 감소했다.
다만 부정적 요소도 있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인 1,364.4만 배럴/일을 달성했고, WTI 인도지점인 쿠싱(Cushing) 허브 재고는 133만 배럴 증가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원유·휘발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각각 5년 평균 대비 5.8%, 2.7%, 8.4%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추 활동을 나타내는 베이커휴스(Baker Hughes) 주간 리그 수는 10월 24일 기준 420기로 2기 증가했다. 이는 8월 기록한 4년래 저점(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의 고점(627기)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전문가 해설: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 WTI는 미국 텍사스 중·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질유로, 세계 원유 가격을 가늠하는 대표적 선물 기준이다.
•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주로 미국에서 거래되는 무산소 휘발유 선물로, 여름철 환경 규제를 반영해 제조된다.
• EIA는 미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약자로, 원유·석유제품 재고를 매주 발표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 Shadow Fleet은 제재 회피를 목적으로 국적·선적지를 교묘히 바꿔 운항하는 ‘그늘선대’ 선박군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발 공급 차질과 미국 내 재고 감소가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고 있으나, OPEC+ 증산 가능성과 향후 글로벌 과잉 공급 전망이 상존해 변동성 우려는 여전히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