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의 관세 인상은 자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위험” 경고

[모스크바 로이터]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24일(현지시간)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미국의 수입 관세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자하로바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세 인상의 악순환은 세계 교역 질서를 와해시키고, 특히 신흥국과 교역 비중이 큰 국가들의 금융·실물 경제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격적인 무역 정책(aggressive trade policy)”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이 실질적으로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추가 위험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하로바는 이러한 흐름이 세계 경제의 “단편화(fragmentation)”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를 반복적으로 인상하면, 각국은 결국 무역 장벽을 키우며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약화시키고, 성장 동력을 갉아먹게 될 것” — 마리아 자하로바, 2025년 7월 24일 브리핑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가 9월 초까지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그 수출품을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해 대규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 같은 발언이 “국제무역 질서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란 무엇인가

관세(tariff)는 상품이 국경을 넘어 수입·수출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일반적으로 수입관세는 특정 산업을 보호하거나 재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된다. 그러나 과도한 관세 인상은 보복 관세를 유발해 무역 전쟁(trade war)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적인 투자 위축·원자재 가격 급등·소비 감소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세계 경제의 단편화”란 각국이 자국 중심의 블록화된 교역권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리·단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이 같은 단편화를 촉진해 결국 미국 스스로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대체로 “관세 인상이 단기간 미국 내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나,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생산 원가 상승과 해외 보복 조치가 확산되면 결국 미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측 경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1 이후 공급망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추가 관세·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물류 차질과 원재료 가격 급등이 동반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도 단기적 공급망 불안 요인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를 예고함에 따라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자국 통화 방어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 통화·채권시장에도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관세 인상이 국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환기시키며, 미국의 무역 정책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미치는 구조적 위험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협상 과정에서 관세·제재가 실제로 단행될 경우, 세계 경제는 또 다른 불확실성의 파고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