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의 인력 확충 계획, 9개월 만에 절반으로 ‘뚝’…해고 계획은 증가

[모스크바 발] 러시아 기업들의 채용 확대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신규 인력 충원을 계획한 기업 비율이 9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반면, 인력 감축을 예고한 기업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인 스베르방크1가 운영하는 취업 플랫폼 라보타.ru(Rabota.ru)와 인재 매칭 서비스 스베르포드보르(SberPodbor)는 최근 러시아 전역의 인사·채용 담당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25%만이 올해 9월 이후 ‘인력 증원’을 계획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말 56%에서 31%포인트 급감한 수치다. 반면 인력 감축을 고려하는 기업은 8%에서 12%%로 4%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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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과열 조정 및 ‘냉각’ 단계에 진입했으며, 기업들은 팬데믹·전쟁 특수로 쌓였던 ‘잉여 인력’을 정리하고 있다.” – 알렉산드르 베테르코프(Rabota.ru 부대표 겸 SberPodbor 운영 책임자)


실업률은 사상 최저…그러나 ‘고금리의 그늘’

러시아의 공식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수십만 명의 러시아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이동하며 민간 노동력이 감소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올린 기준금리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스베르방크 최고경영자 게르만 그레프는 최근 “금리가 크게 내려가지 않으면 경기 침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약 66%‘현재 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계상 실업률이 낮더라도, 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가 고용시장 전반에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어느 업종이 먼저 타격을 받을까?

베테르코프 부대표는 건설·금융 부문을 ‘첫 번째 조정 업종’으로 지목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및 소비자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해당 산업에서 인력 감축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 발주 산업 또는 ‘수입 대체(import substitution)’2 관련 기업, 군수(방위산업)·제약·사이버보안 부문은 채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방 제재 이후 국산화·안보 강화를 위한 정부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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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 공방’으로 진화하는 IT·제조·물류

채용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IT, 제조·산업, 물류, 그리고 고객 경험(CX) 개발 부문으로 나타났다. 베테르코프는 “인력 수요가 집중되면서 해당 업종의 연봉 인상률이 다른 산업보다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1 스베르방크: 러시아 최대 국유 은행으로, 개인·기업금융뿐 아니라 IT·전자상거래 플랫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 Import Substitution(수입 대체): 제재나 공급망 위험에 대비해 외국산 제품·서비스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정책 또는 산업 전략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국제 제재와 금리, 전쟁 동원이 맞물리며 러시아 노동시장은 복합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통계적 완전고용이 이어질 수 있지만, 실질 임금·근로 조건 격차가 확대될 경우 산업 간 인력 미스매치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 완화로 전환할지 여부가 고용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설문은 러시아 기업들이 ‘확장 국면’에서 ‘방어 국면’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금리·전쟁·제재라는 삼중고 속에서, 특정 전략 산업을 제외한 다수 기업들은 인건비를 중심으로 긴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