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17일(현지시간)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석유 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됐음에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은 배럴당 63.99달러로 0.82% 하락 마감했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재고 감소·통화정책 변수 등이 혼재된 가운데 약세를 나타냈다. 배럴당 0.53달러 내린 것은 공급 불안 요인보다 매도 압력이 우세했음을 시사한다.
재고 지표도 등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석유협회(API) 자료에 따르면 9월 12일로 끝난 주간 미 원유 재고는 342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급 우려를 의식하게 만든 배경이다.
같은 기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공식 통계는 더 큰 폭의 감소를 보여 줬다. 원유 재고는 928만5천 배럴 감소했고 휘발유 재고도 234만7천 배럴 줄었다. 반면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류) 재고는 400만 배럴 증가했다.
중동·러시아발 지정학 변수도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이스라엘은 전주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했다. 아랍·이슬람권 지도자들은 카타르와 연대를 선언하며 작전을 규탄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
하마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제거할 것
”이라며 이란의 지원 세력도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며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송유관 운영사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일부 생산자들이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는 한때 유가를 끌어올렸지만, 트란스네프트 측은 곧바로 부인하며 혼선을 낳았다.
미국 정치 변수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속히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 공급 축소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실제 정책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단기적 모멘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OPEC+ 회의 일정도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22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19~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각국의 ‘최대 지속 가능 생산능력’ 산정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2024년 이후 감산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는 “
OPEC+가 명확한 산출 기준을 세우면 중장기 유가 변동성이 줄어들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통화정책 변수도 주목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4.00~4.25% 범위로 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과 일치한다.
최근 미국 노동부의 고용·물가 지표가 완화 조짐을 보인 점이 정책 판단에 힘을 실었다. 연준은 “데이터에 기반해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용어 정리 및 추가 설명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 벤치마크다. 국제 유가를 논할 때 브렌트유와 함께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디스틸레이트는 원유를 증류해 얻는 휘발유·경유·항공유·난방유 등 중간유분을 통칭한다. 재고 증가는 난방 수요 둔화나 정제 마진 악화를 시사할 수 있다.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준의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중동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단기 등락 속 중장기 상승 압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부각될 경우 수요 측 충격이 유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시장은 재고 흐름과 OPEC+ 결정, 그리고 지정학·통화 변수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