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성들의 출산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사회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여성이 2022년 5월 30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교외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쿠피얀스크(Kupiansk)에서 버스 대열로 피난한 뒤 아기를 안고 반응하고 있다. 사진작가 Ivan Alvarado | Reuters.
2026년 2월 24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의 총출산율(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급락했고, 이는 전쟁, 전투 중 파트너·배우자 상실, 가족 분리와 대규모 이민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심화되었다.
유엔(UN) 인구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의 총출산율은 2021년 1.22명에서 2025년 1.00명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올레나 젤렌스카(First Lady, 올레나 젤렌스카)는 2025년 12월 기준으로 출산율이 여성 1명당 0.8–0.9명 수준으로 더 낮아졌다고 경고하면서 이 같은 감소를 “치명적 감소(critical decline)”라고 표현했다.
총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보통 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인구가 이민에 의존하지 않고 세대별로 인구를 유지하려면 통상 총출산율 2.1명 수준이 필요하다(이를 대체 수준 출산율이라고 부른다).
러시아 역시 장기적 출산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러시아의 총출산율은 2021년 1.51명에서 2025년 1.37명으로 하락했으며, 2024년에는 출생자 수가 122만2천명(1,222,000명)으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경향(ONGOING TREND)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출산율·출생률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감소는 경력·라이프스타일 선택, 경제적 제약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 전쟁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출산을 단념하거나 출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 소재 싱크탱크인 Centre for Economic Strategy의 수석연구원 이리나 이폴리토바(Iryna Ippolitova)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출산율 악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폴리토바는 “물론 2022년에는 대규모 이주가 있었고, 떠난 사람들 상당수가 경제활동인구, 즉 가임기와 노동가능 연령의 사람들이었다”며 “이론적으로 출산 가능했던 많은 여성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났고, 남아있었던 여성들은 전쟁과 불확실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출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병동과 출산시설 파괴 또한 출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전쟁 기간 중 여러 지역의 의료시설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고, 이는 임신·분만 위험을 높여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예컨대, 자포리자(Zaporizhzhia)의 한 손상된 산부인과 병원 내부의 잔해는 2026년 2월 1일 러시아의 포격으로 촬영된 것이다. 러시아는 민간 인프라를 고의로 표적했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쟁 종식 이후의 변수와 전망
이폴리토바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이민 흐름이 계속될 수 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의 재침 가능성을 우려해 가족을 꾸리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어떤 평화협정에도 안전 보장(security guarantees)이 포함되어야 우크라이나인의 출산 의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추세는 예측이 어렵고 전쟁 후 베이비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폴리토바는 우크라이나의 낮은 출산율이 향후 경제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학교와 대학에서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이는 향후 노동가능인구 감소의 초기 신호라는 것이다.
“지금도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다. 10년, 15년 뒤 나와 비슷한 연령대가 은퇴할 때 노동시장에서 그들을 대체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이폴리토바는 말했다.
러시아의 출산 장려와 한계
러시아는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출산 장려 정책을 지속해 왔다. 국가 차원에서 자녀 3명 이상에 대한 일시금, 세제 혜택, 복지 혜택 등을 도입했고, 소련 시절의 상훈인 “어머니 영웅(Mother Heroine)”을 부활시켜 자녀 10명 이상 출산한 가정에 100만 루블(약 1만3천 달러)의 현금 보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센티브가 큰 효과를 내지 못했고, 러시아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2025년 출산율을 약 1.4명로 언급하면서(실제 수치는 1.374명) “우리는 적어도 2.0명은 달성해야 한다”며
“모성애와 부성애의 행복을 유행시키자(we must make the happiness of motherhood and fatherhood fashionable)”
고 주장했다.
시카고대 해리스스쿨 공공정책의 존 듀 위(John Dewey) 석좌교수인 콘스탄틴 소닌(Konstantin Sonin)은 CNBC에 “푸틴 정권의 출산 장려 노력은 단순한 인구학적 우려가 아니라 사회 통제의 측면이 더 강하다”고 비판했다. 소닌은 “당국은 여성을 집에 있게 하고, 아이와 함께 있도록 원한다. 남성들이 정치를 걱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소닌은 또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 인구 문제를 심화시킨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전쟁이 경제적 불안정과 노동시장 부족,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로 여성과 젊은층이 안전과 삶의 질을 느끼지 못해 출산을 꺼리는 것이며, 낮은 출산율 자체가 그러한 불안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출산율 저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 — 체계적 분석
출생률 감소는 장기적으로 노동력 축소, 생산성 저하,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생아 수가 적다는 것은 향후 노동시장에 유입될 신규 노동자의 절대적 수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이는 사업체의 인력 수급 압박과 임금 상승 압력, 자동화·외주화 비용 증가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세수(조세 수입)는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줄어들기 쉬워 정부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고, 동시에 고령화 심화로 연금·의료비 지출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화되고, 세율 인상이나 복지 축소, 혹은 공공부채 확대 같은 정책적 선택압이 높아질 수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이민 정책을 통한 노동력 보충, 고령자의 노동참여 확대,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지원, 보육·육아 서비스 확충과 같은 대응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론 출산율 회복을 위한 안전·주거·고용 안정성 회복과 함께 교육·보건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 투자,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보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손실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불안’이 출산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순한 금전 인센티브보다도 안전 보장·국가 안보의 확립이 출산율 개선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이 분석의 요지다.
정책적 시사점 및 전망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출산율 회복은 다면적 접근을 요구한다. 금융적 인센티브는 일부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불안정한 안보·경제 환경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평화·안전 보장, 의료 및 교육 인프라 재건, 이민자·난민의 귀환 유도 및 정착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며, 러시아의 경우에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 개인의 생활 안정을 회복하지 못하면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양국의 낮은 출산율은 단기적인 사회적 충격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경제 구조와 재정 건전성, 노동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인구통계학적 충격을 가속화하지 않도록 즉시 그리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