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5일(현지시간) 나란히 하락하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 9월물은 전장 대비 1.13달러(-1.70%) 떨어진 배럴당 65.43달러에, 9월물 RBOB 휘발유는 갤런당 0.0107달러(-0.51%) 하락한 2.0719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에 대한 복합적인 신호 속에서 위험을 재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예상을 깨고 하락한 데다, OPEC+가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2차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하늘 휴전(air truce)’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유가는 장중 낙폭을 더욱 키웠다. 미국 특사 브라이언 위트코프가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9일(금)까지의 휴전 시한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점도 시장 변동성을 자극했다.
1) 수요 둔화 징후
같은 날 발표된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50.1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떨어지며 시장 예상치(51.5)를 하회했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하는데, 간신히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에너지 수요 약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유럽도 상황이 비슷하다. 유로존 7월 S&P 글로벌 합성 PMI 확정치는 50.9로 잠정치보다 0.1포인트 하향되며 경기 모멘텀이 완만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원유·정제 제품 수요 감소 우려를 부채질했다.
2) 공급 과잉 공포
3일 열린 OPEC+ 장관급 회의에서 동맹국들은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의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 전 감산 합의를 단계적으로 되돌려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상업 재고는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 중이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의 공급 초과가 예상된다.
시장에선 “
재고가 이미 쌓이는 상황에서 OPEC+마저 밸브를 열면 유가는 구조적으로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OPEC+는 “수요 상황을 주시하며 필요 시 증산 중단 또는 감산 재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3) 미·러 갈등과 제재 리스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세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는 “만약 실제로 이 조치가 시행되면 시장은 러시아 수출 물량의 규모와 제한적인 OPEC 잉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공급 쇼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퇴출, 인도 대형 정유시설 블랙리스트 지정, 러 ‘그늘 선단’ 소속 선박 105척 제재 등을 포함한다. 총 400척 이상의 러시아 물류선이 제재 명단에 오르며, 러시아 원유 유통망은 더욱 위축됐다.
4) 재고·리그·물류 현황
선적 데이터 업체 Vortexa는 1일까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저장량이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물류 병목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해 단기적으로 유가에는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6일 발표할 주간 재고에서 원유 ‑260만 배럴, 휘발유 ‑100만 배럴 감소를 시장 컨센서스로 제시했다. 앞서 발표된 7월 25일 기준 재고는 원유가 계절 평균 대비 5.6% 낮고, 휘발유와 중간유는 각각 0.7%, 15.2%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3% 늘어난 1,331만4,000배럴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 주 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한편 베이커휴스는 1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기가 전주 대비 5기 줄어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를 새로 썼다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와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34.6% 감소한 수치다.
5) 전문가 해설 및 전망
ISM 지수는 미국 제조·서비스 기업 구매담당자에게 설문해 경기 체감을 지수화한 것으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으로 본다. 이번 발표가 50선에 간신히 걸친 점은 서비스 분야가 이미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PMI(구매관리자지수) 역시 유사한 성격을 가지며, 유로존 합성 PMI가 50대 초반을 유지했다는 점은 유로존 서비스·제조업 모두 성장이 제한적임을 가리킨다.
향후 시장은 ① 러시아의 휴전 수용 여부, ②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제재 강도, ③ OPEC+의 실질 증산 규모를 주시할 전망이다. 공급 차질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하락-반등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하겠지만, 지정학 변수에 따라 급등 요인이 상존한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들은
재고 추이·미국 시추기 변동·OPEC+ 월간 보고서·IEA 수급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상 저장량 감소와 러시아 제재 강화는 공급 측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며, 미 국채 금리와 달러지수 역시 원유 선물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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