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선물시장에서 9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이 6일(현지시간) 배럴당 0.81달러(-1.24%) 하락한 64.71달러, 9월물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가솔린이 갤런당 0.0011달러(-0.05%) 내린 2.2534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장중 한때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특사 윗코프(Witkoff)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에서 ‘큰 진전(great progress)’이 있었다”고 밝히자 단숨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이 발언을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2차 제재를 추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차익 실현 및 매도 물량이 급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전 “금요일까지 휴전을 이루지 못하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는 국가에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는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OPEC의 여유 공급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적용되면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사우디 아람코 인상 소식에도 하락 반전
장 초반 유가가 올랐던 배경은 달러화(DXY)의 1주일 만의 저점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9월 아시아향 ‘아랍라이트’ 공식판매가(OSP)를 배럴당 1달러 인상한 결정이었다. 시장 예상치(0.9달러 인상)를 웃돈 조치였으나, 지정학 리스크 완화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EIA 재고·생산 지표: ‘불타는 수급’에도 심리적 압박 못넘어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8월 1일 기준 주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03만 배럴 감소해 시장 예상치(-260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가솔린 재고도 130만 배럴,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등) 재고는 56만5천 배럴 줄며 예상치를 모두 상회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오클라호마주 커싱(Cushing) 인도지점 재고는 45만3천 배럴 늘었다.
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힘을 받지 못한 것은 OPEC+의 증산 결정 때문이다. 산유국 연합은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천 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으며, 2026년 9월까지 2년간 총 220만 배럴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재고가 일평균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에 달하는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대러 제재 강화, 인도 정유사도 블랙리스트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20개 추가 러시아 은행의 SWIFT 배제,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 거래 제한,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사 제재, 그리고 ‘그늘 함대’(shadow fleet) 소속 선박 105척 추가 제재를 포함한 새로운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해상 부유식 저장분이 줄어든 점도 공급 불안 요인이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지난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의 전 세계 부유식 재고는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생산·시추 활동 동향
같은 주간에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28만4천 배럴로 전주보다 0.2% 줄어들며,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를 소폭 밑돌았다. 시추업체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8월 1일 기준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가 410기로 전주보다 5기 줄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용어·배경 설명
- RBOB 가솔린: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맞춰 산소 성분을 첨가하기 전 단계의 가솔린 블렌드로, 시카고·뉴욕 등 주요 시장에서 거래되는 선물 상품이다.
- 커싱 허브: 미국 오클라호마주 커싱에 위치한 대규모 저장·송유 시설로 WTI 선물의 인도지점 역할을 한다.
- Shadow Fleet: 서방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송하는, 실제 소유·국적이 불명확한 선박 집단을 일컫는 용어다.
한편,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증권에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을 구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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