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진전’ 발언에 국제유가 하락

국제 에너지 시장 동향

뉴욕 상업거래소(NYMEX)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일(현지시간) 배럴당 0.81달러(-1.24%) 떨어진 64.42달러에, 9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갤런당 0.0011달러(-0.05%) 내린 2.1436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장 초반까지 이어졌던 상승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급격히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특사 로버트 위트코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차익 실현 및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됐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의 회동 소식은 원유 시장 참가자들에게 공급 차질 위험 완화로 해석됐다.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경로가 다시 열릴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 뉴욕 소재 한 원자재 트레이더의 평가다.


유가 상승 요인도 혼재

미 달러화 약세 역시 이날 장중 유가를 끌어올린 재료였다. 달러 인덱스(DXY)는 1주일 만의 최저치로 밀려 원유를 포함한 달러 표시 상품의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WTI 차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9월 아시아향 아랍 라이트(Arab Light) 공식 판매가(OSP)를 배럴당 1달러 인상한 것도 호재였다. 시장 컨센서스(0.90달러 인상)를 웃도는 결정은 사우디가 자신감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6일 발표한 주간 재고 통계도 강세 요소로 작용했다. ※EIA는 미국 내 에너지 수급 및 재고를 집계·발표하는 정부 기관


미국의 관세 위협과 JP모건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일 “금요일(8일)까지 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트리플 디짓(1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에서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러시아의 막대한 수출 물량과 제한된 OPEC 여유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시장은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OPEC+ 증산 결정과 공급 과잉 우려

반면, OPEC+는 3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시행해 온 감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하는 계획의 일환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OPEC 7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줄어든 2,831만 배럴을 기록했다.


EU 추가 제재와 ‘섀도 플리트’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고, 인도 로스네프트 합작 대형 정유공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또한 ‘섀도 플리트’(shadow fleet)로 불리는 러시아 연계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 전체 제재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RBOB 차트


부유식 저장 물량 감소

해상 원유 물량도 줄었다. 영국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선박에 머물러 있는 부유식 저장(플로팅 스토리지)은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이었다. 이는 공급 과잉 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간 EIA 재고 및 생산 지표

원유 재고는 303만 배럴 줄어 시장 예상치(260만 배럴 감소)를 웃돌았다. 휘발유 재고는 130만 배럴, 디젤(중간유) 재고는 56만5,000배럴 각각 감소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반면, WTI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재고는 45만3,000배럴 늘었다.

8월 1일 기준 미국 전체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6.5%, 휘발유는 0.3%, 디젤은 16.1% 각각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주당 13.284백만 배럴(bpd)로 전주 대비 0.2% 줄었다. 사상 최고치였던 2024년 12월 둘째 주(13.631백만 bpd)와 비교하면 소폭 낮다.


시추 장비 가동 현황

오일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는 1일 주간 발표에서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410기로 직전 주보다 5기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34.6% 급감한 셈이다.


용어 및 배경 설명

WTI, 브렌트, RBOB란?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유가 벤치마크다. 브렌트유는 북해에서 산출되는 원유로 런던 ICE 선물시장의 대표 가격 지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휘발유는 산소첨가제 혼합 전 단계의 휘발유 원료를 말하며, 북미 가솔린 선물의 기준물이 된다.

또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는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이나 기업까지 제재하는 방식이며, 섀도 플리트는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 명의 변경·위장 운항 등을 일삼는 암거래 유조선 집단을 뜻한다.


전문적 분석 및 시사점

현 시점 원유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구조적 공급 축소라는 상반된 요인의 줄다리기 양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처럼 전쟁 종료 가능성이 부각되면 투기적 매수세 약화와 함께 단기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진다. 그러나 러시아산 물량에 대한 관세·제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공급 부족 공포가 재점화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8일로 예고된 휴전 시한을 전후해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JP모건이 지적한 OPEC의 한정된 여유 생산능력은 향후 가격 급등 시 ‘완충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면책 및 정보 출처

이 기사에서 언급된 정보는 Barchart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번역·정리됐다. 원문 작성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떠한 유가·에너지 관련 금융상품에도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