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공중 휴전’ 가능성에 국제유가 일제히 하락

WTI 9월물RBOB 휘발유 선물 가격이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9월 인도분은 배럴당 1.13달러(-1.70%) 내린 65.46달러에, RBOB 9월물은 갤런당 0.0107달러(-0.51%) 떨어진 2.08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신호와 더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공중 휴전(air truce)’을 검토한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주목했다. 해당 소식은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켜 공급 과잉 가능성을 부각시켰고, 이는 곧바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연결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특히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50.1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해 예상치(51.5)를 밑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7월 S&P 글로벌 종합 PMI(확정치)도 50.9로, 잠정치(51.0)와 시장 기대치를 모두 하회했다. 이들 지표는 글로벌 수요 둔화를 시사하며 에너지 소비 감소 우려를 키웠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의 군사 행동 중단, 즉 항공 휴전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대(對)러시아 특사 윗코프(Witkoff)는 주 후반 모스크바를 방문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주 금요일까지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해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경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세 자릿수(tariff in triple-digit) 관세’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JP모건체이스는 “OPEC의 잔여 여유생산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시장이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휴전 조건을 수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OPEC+ 증산 결정과 재고 상황

지난 3일 OPEC+는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bpd) 추가 증산에 합의했다. 이는 2년간 이어진 감산 정책을 되돌리려는 장기 로드맵(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 단계적 증산)의 일환이다. OPEC+는 “수요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 시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라며 최대 166만bpd의 유휴 생산분을 2026년 말까지 오프라인 상태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석유 재고가 일평균 100만배럴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전 세계 소비의 1.5%)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bpd 감소한 2,831만bpd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장은 단기보다는 중장기 재고 누적 속도에 집중하고 있어 투자심리는 여전히 취약하다.


러시아 제재 확대와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승인했다.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망에서 퇴출시키고,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 석유제품의 역외 판매까지 차단했다. 인도 대형 정유시설(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또한 러시아 ‘그림자 선대’에 속한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되면서, 제재를 받는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이는 러시아 우회 수출의 물리적·재정적 비용을 끌어올려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운다.


EIA 주간 재고 및 시추 리그 통계

시장 컨센서스는 6일 발표될 EIA 주간 원유 재고가 260만배럴, 휘발유 재고가 1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7월 25일 기준 EIA 보고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5.6% 낮고, 휘발유 재고는 0.7% 낮으며, 중간류(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5.2% 부족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1,331만4,000bpd로,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에 근접했다. 그러나 베이커휴스 데이터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리그 수는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다. 이는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5.25년 만의 최고치) 대비 가파른 감소세다.


전문가 해설: RBOB·WTI, 그리고 2차 제재

RBOB(Res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맞춰 산소 함량을 높인 휘발유 혼합물로, 북미 휘발유 벤치마크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달콤한 경질유로서 미국 원유 가격 지표 역할을 한다. 두 상품은 서로 다른 수요·공급 요인에 반응하지만, 이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 지표 악화가 겹칠 경우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secondary sanctions(2차 제재)란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기업까지 규제하는 조치로, 글로벌 에너지 거래를 사실상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파급력이 크다. 러시아가 ‘항공 휴전’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같은 강력한 압박을 피하려는 전략적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수요 지표 약화, OPEC+ 증산, EU·미국 제재 공조라는 3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주 금요일(9일)까지 러시아가 구체적 휴전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카드가 실행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쇼크로 전환될 리스크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