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공습 휴전 가능성에 국제유가 1주일 만에 하락

국제 유가와 정제 제품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2025년 8월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13달러(−1.70%) 떨어진 배럴당 65.65달러에 마감하며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만기 RBOB 휘발유 선물도 0.0107달러(−0.51%) 내린 갤런당 2.0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가격 약세는 미·유럽 서비스업 지표 둔화, OPEC+ 증산 결정,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공습 휴전(air truce)’을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제유가 차트
이 가운데 미국 ISM 7월 서비스업 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50.1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51.5)를 밑돌았다. 유로존 7월 S&P 글로벌 종합 PMI도 잠정치 51.0에서 확정치 50.9로 소폭 하향 조정돼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러시아발 지정학 변수도 가격을 짓눌렀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에 대한 2차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공습 중단을 포함한 양보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의 앤드루 위트코프 대러(對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8월 8일(금) 시한을 앞두고 이번 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휴전 협상을 타진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8일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인 국가에 대해 세 자릿수 관세(‘트리플-디짓’)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JPMorgan Chase는 “만약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러시아 수출 물량의 규모와 OPEC의 한정된 잉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시장은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OPEC+ 증산 결정도 공급 과잉 우려를 자극했다. 지난 8월 3일 회의에서 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천 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년 넘게 이어진 감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하는 계획의 일환이다. 다만 “수요 상황에 따라 증산을 유지·중단·역전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일일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제품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차단했고, 인도의 대형 정유사(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러시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선박 105척도 제재 대상에 오르며 전체 제재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정박 중인 유조선시장 조사업체 보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움직임이 없는 정박(Static)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추산된다. 재고 감소는 통상적으로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주 6일(수) 발표될 EIA 주간 재고 컨센서스는 원유 −260만 배럴, 휘발유 −100만 배럴 감소다. 한편 지난주(7월 25일 기준) EIA 보고서에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낮았고, 휘발유와 중간유 재고도 각각 0.7%, 15.2% 하회했다. 같은 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3% 증가한 일일 1,331만4천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석유 서비스 회사 베이커휴스가 8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Oil Rig) 수는 전주 대비 5기 줄어든 410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이후 2년 반 동안 200기 이상이 감소했다.

*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국제 유가의 기준(벤치마크)으로 사용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보통 미국 동부·중부에서 거래되는 배기가스 규제용 휘발유 선물이다. ISM은 미국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경기지표, PMI는 구매관리자지수이다. SWIFT는 국제금융거래망, Vortexa는 글로벌 선박·재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장 정보업체다.

기자 해설: 최근 유가 흐름은 지정학 변수실물 수요 지표가 엇갈리며 방향성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단기 휴전 국면으로 들어서면 공급 불안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될 수 있으나, 미국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이번 주 EIA 재고와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주시할 전망이다.

본 기사에서 다루는 정보는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며, 리치 애스플런드 기자는 해당 종목에 대해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