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월물과 RBOB 가솔린 9월물 가격이 7일(현지시간)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WTI 9월물은 전장 대비 -0.10달러(-0.16%) 내린 61.15달러를, RBOB 가솔린 9월물은 -0.063달러(-0.30%) 낮은 2.074달러를 기록했다. 원유는 전일 2개월래 최저치 위에서 거래됐으나, 달러 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일 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전쟁 종식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될 가능성이 부각됐다. 양국 갈등이 해소되면 서방의 에너지 제재가 완화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가격을 누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관세 압박’
“러시아가 오는 금요일까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8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가 조건부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8월 6일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50%로 배가한 바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적용될 경우, OPEC 여유생산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OPEC+ 증산 결정과 공급 과잉 우려
OPEC+는 3일 회의에서 9월 1일부로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인준했다. 이는 2년간 이어진 감산을 되돌리려는 전략으로,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를 순차적으로 증산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bpd 속도로 불어나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초과 공급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bpd 감소한 2,831만bpd였다.
유럽연합, 러시아 추가 제재…‘그림자 선단’ 400척 넘어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군사 행위를 이유로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차단하고,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가진 인도 정유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아울러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에도 제재를 확대하고 ‘그림자 선단(제재 회피 선박)’ 105척을 추가 지정해 총 400척 이상으로 늘렸다.
재고·리그·운송 데이터로 본 수급 상황
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보관 원유는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는 8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보다 6.5% 낮다고 밝혔다. 가솔린 재고는 -0.3%, 난방유·항공유 등 중간유분은 -16.1% 하회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0.2% 감소한 1,328만4,000bpd로, 작년 12월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 대비 소폭 낮았다.
시추 활동도 둔화하고 있다. 베이커휴스는 8월 1일 주간 미국 원유 시추 리그 수가 5기 줄어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급감한 수치다.
용어 풀어보기
- RBOB 가솔린: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에서 많이 거래되는 도매용 개솔린 선물 상품을 의미한다.
- 그림자 선단: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 위치를 숨기거나 선적 서류를 조작해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군을 가리킨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OPEC+의 공급 탄력성 한계와 미국 시추 활동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고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치 못한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달러화 강세·재고 상황·OPEC+ 증산 속도·미국 관세 정책 등 복합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