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이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시도에 대해 404억 달러를 개인적으로 보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할리우드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조치는 워너브라더스의 핵심 자산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파라마운트·스카이다이브(Paramount/Skydance) 진영이 자금 조달 관련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25년 12월 22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Oracle)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다이브가 제시한 계획 이행을 위해 총 404억 달러($40.4 billion)를 개인적으로 보증하기로 했다. 해당 보증 내용은 월요일 제출된 공식 서류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증은 워너브라더스(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Warner Bros Discovery) 이사회가 파라마운트 측 자금 조달 능력과 엘리슨 가족의 전면적 보증 부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그간 이러한 의구심은 워너브라더스가 스트리밍 대기업 넷플릭스(Netflix)의 현금·주식 혼합 제안으로 기울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워너브라더스 주가는 해당 소식에 3.5% 상승 마감했고, 파라마운트 주가는 4% 이상 급등했다. 워너브라더스 측은 파라마운트의 수정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서는 넷플릭스 거래에 대한 이사회 권고안을 변경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파라마운트는 수정된 조건이 주당 30달러의 현금 전액 제안은 변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거래는 워너브라더스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콘텐츠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스트리밍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는 중립 또는 반대 성향의 워너브라더스 주주들이 이번 수정안이 다루는 자금 보증 문제, 즉 래리 엘리슨의 보증 때문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 S&P 글로벌의 주니어 애널리스트 세스 셰이퍼(Seth Shafer)가 평가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엘리슨은 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 신탁을 해지하거나 자산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추가 약정에도 동의했다. 파라마운트는 또한 규제 리버스(역) 해지 수수료를 기존 50억 달러에서 58억 달러로 인상해 경쟁 거래 조건과 맞췄고, 공개 매수(텐더 오퍼)의 만기일을 2026년 1월 21일로 연장했다.
이번 입찰은 워너브라더스가 회사 전체(케이블TV 자산 포함)에 대한 파라마운트의 총 1,084억 달러(USD 108.4 billion) 제안을 주주들에게 거부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워너브라더스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능력과 엘리슨 가족의 전면 보증 부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리스 어소시에이츠(Harris Associates) 등 다수 투자자들은 파라마운트가 우월한 입찰로 거래 조건상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수정안을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표명해 왔다. 넷플릭스와의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경우 워너브라더스가 해당 계약에서 이탈하면 넷플릭스 측에 28억 달러의 위약금(breakup fee)을 지불해야 하는 조항도 있다.
규제 심사와 반독점(antitrust) 위험
이번 경쟁 입찰에서 주주 지지를 얻는 것은 초기 관문에 불과하다. 양측 거래 모두 미국과 유럽에서 강도 높은 반독점 심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산업의 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양당에서 나오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의 결합은 디즈니(Disney)보다 큰 스튜디오를 탄생시켜 방송시장과 스튜디오 콘텐츠 공급 측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결합이 “미국인이 TV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을 한 기업이 통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결합은 스트리밍 분야에서 넷플릭스의 우위를 공고히 하며, 합산 가입자 수는 약 4억 2,800만 명(428 million)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약속을 존중할 것이며, 번들 제공을 통해 소비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공동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이 거래가 규제 승인을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하며, 이미 박스오피스 실적이 고르지 않은 영화 산업에서 일자리 축소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어 설명
여기서 언급된 몇 가지 금융·거래 용어에 대한 설명이다. 리버스(역) 해지 수수료(reverse termination fee)는 인수자가 규제 등 외부 사유로 거래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지급하는 위약금으로, 이번에는 파라마운트가 그 액수를 58억 달러로 인상했다. 텐더 오퍼(tender offer)는 공개적으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일정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제시하는 방식으로, 파라마운트는 기존 매수 기간을 2026년 1월 21일까지 연장했다.
시장·전략적 영향 분석
이번 보증과 수정안은 단기적으로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엘리슨의 개인 보증은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리스크를 크게 낮추며, 주주들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규제 리스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인수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파라마운트가 성공적으로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할 경우, 스트리밍 경쟁 구도는 기존의 넷플릭스·디즈니 중심에서 새로운 복합 그룹 간 경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패키징과 번들링 전략, 광고·구독 수익 모델 재구성으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과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 규제 당국이 반독점 우려를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거나 조건을 부과할 경우, 양사 모두 전략적 조정(예: 자산 매각, 지역별 콘텐츠 분리 등)을 통해 심사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미디어·콘텐츠 관련 주식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고, 관련 채권·대출 시장에도 유동성·신용 스프레드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엘리슨 개인 보증은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는 요소지만, 보증이 실제 자금 조달 흐름으로 연결되는 과정과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결론
래리 엘리슨의 404억 달러 개인 보증 공개는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인수전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거래 성사 여부는 주주 동의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주요 관할권의 반독점 심사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 향후 몇 주에서 몇 달 간 관련 기업 공시와 규제 당국의 반응, 주요 주주의 움직임을 통해 인수전의 향방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