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라클란 머독 폭스(FOX) 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가 머독 패밀리 트러스트(Murdoch Family Trust) 관련 분쟁 종결에 대해 “투자자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이번 합의가 회사의 장기 전략에 명확성과 지속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라클란 머독은 이날 골드만삭스 ‘커뮤니코피아+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번 결정은 우리 전략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임을 보여 주는 동시에,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일거에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루퍼트 머독 회장의 네 자녀 간 지분 향방을 둘러싼 장기적 승계 갈등을 종결짓고,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장남 라클란에게 미디어 제국의 경영권을 확고히 넘겨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폭스 뉴스(Fox News)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등을 포함한 방대한 미디어 자산이 라클란의 지휘 아래 놓이게 됐다.
합의 세부 내역
라클란의 동생인 제임스 머독, 엘리자베스 머독, 그리고 프루던스 맥클라우드 등 세 남매는 향후 6개월 동안 폭스와 뉴스코프(News Corp)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소식통에 따르면, 세 남매는 각자 11억 달러를 현금 형태로 수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분 일부는 약 4.5%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돼 총 13억7,000만 달러의 자금이 조달됐다.
또 다른 핵심은 라클란과 막내 자매인 그레이스, 클로이 머독을 수익자로 하는 신규 신탁 설립이다. 해당 신탁은 폭스 클래스B 주식 36%, 뉴스코프 클래스B 주식 33%를 보유하게 되며, 이는 사실상 의결권 지분의 과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전략 연속성 강조
라클란 머독은 “2019년 디즈니에 대다수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매각하면서 우리는 ‘심플 앤드 포커스드(Simple & Focused)’ 전략을 수립했다”며, “뉴스·스포츠·라이브 방송이라는 핵심 사업에 집중한 결과, 광고·배급·스트리밍 전 부문에서 복합 성장률이 시장 평균을 상회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
‘전략은 흔들림 없고 지속 가능하다’
는 점이 합의로 재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지배 구조 관련 리스크 프리미엄을 할인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
*패밀리 트러스트(Family Trust)란 가족 구성원에게 자산을 분할·승계하기 위해 만든 법적 기구로, 미국 고액자산가 가문이 세대 간 세금 최적화 및 의결권 집중을 위해 자주 활용한다. *클래스B 주식은 의결권이 높게 설계된 주식 종류로, 일반 투자자 대상 보통주(클래스A)보다 1주당 투표권이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높다. 머독 가문의 경우 이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장악해 왔다.
시장·정치적 파장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경영권 불확실성 해소는 분명 주가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머독 일가의 보수적 논조가 향후 미국 대선 국면에서 뉴스 편집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루퍼트 머독의 둘째 아들 제임스는 과거 친환경·중도 성향을 내세우며 그룹의 편집 기조와 갈등을 빚어 왔는데, 이번 매각으로 이러한 내부 견제 장치가 약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라클란 머독은 정치적 질문을 피해 가면서도 “언론적 독립성과 상업적 성공은 양립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 다양성을 유지하되, 시청자와 광고주가 기대하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일정 및 전망
주식 매각은 규제 당국 심사 및 내부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량 매물 출회로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지배 구조 리스크 완화와 배당·자사주 매입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라클란 머독은 폭스 스포츠의 스트리밍 확대, Tubi 등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 플랫폼 투자 지속, 생성형 AI를 활용한 뉴스 편집 자동화 실험 등, 구체적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며 “가문의 권력 다툼보다 기술·콘텐츠 혁신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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