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발 보도—세계 최대 비(非)중국 희토류 생산업체인 Lynas Rare Earths의 최고경영자(CEO) 아만다 라카즈(Amanda Lacaze)가 희토류(rare earths)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서방권 소재 공급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미국 정부가 경쟁사 MP Materials와 체결한 대규모 투자 계약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는 이달 초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MP Materials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MP Materials는 스마트폰, 전기차, 항공 엔진 등에 사용되는 자성(磁性) 희토류를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채굴·정제하는 기업이다.
이번 계약에는 특히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 등 가장 인기 있는 두 종류 희토류에 대해 킬로그램당 110달러의 최저가격(floor price) 보장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현재 중국 현물가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탈(脫)중국’ 전략 가속
라카즈 CEO는 “가격이 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가? 그렇다”고 단언했다. 이어 “미 정부가 상방(上方) 이익을 공유하도록 계약을 설계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 병목에 대한 우려로 혼란을 겪었다. 다만 최근 중국산 희토류 자석 공급이 일부 재개되면서 불안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희토류란? 17개 원소(란타넘족 15개+스칸듐·이트륨)를 통칭한다.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국방·항공전자 등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로,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라카즈 CEO에 따르면 일본 자석 제조업체들은 2분기 동안 중국산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증대했다. Lynas는 이들과 협력해 일본 외 지역 자동차 고객을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실적 호조와 한국 JS링크와의 제휴
4분기(4월~6월) 기준, Lynas의 평균 판매 가격은 A$60.20/kg으로 1년 전(A$42.30/kg)보다 42% 급등하며 2022년 7월 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A$1억7,020만(약 1억1,230만 달러)으로 시장 컨센서스(A$1억5,500만·바렌조이 집계)를 10% 상회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희토류 산화물(REO) 출하량은 전년 동기 2,188톤에서 3,212톤으로 47% 증가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는 장중 4.2% 상승한 A$10.57까지 올랐으며, 이는 2022년 4월 5일 이후 최고치다. 같은 시기 호주 광업업종지수는 0.3%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아울러 Lynas는 한국의 영구자석(퍼머넌트 마그넷) 제조사 JS링크(JS Link)와 말레이시아 쿠안탄(Kuantan) 고급소재 공장 인근에 연 3,000톤 규모 네오디뮴 자석 생산설비를 공동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사 측은 “말레이시아를 산업 성장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Lynas가 경(輕)·중(重) 희토류 원료를 공급해 ▲채굴‧정제 ▲합금 ▲자석 제조까지 잇는 완전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 계약은 아직 비구속적(non-binding)이므로 세부 조건 조율이 남아 있다.
시사점 및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체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호주·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은 장기적으로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 국방부가 제시한 110달러 ‘가격 하한’은 단순 지원책을 넘어 시장가격 형성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동차·재생에너지·방산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어, 희토류 수급 균형이 빠듯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자성 희토류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어 전방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꼽힌다.
한편, Latin America·아프리카 일부 국가도 희토류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인프라·환경규제·숙련인력 부족으로 상업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Lynas는 이미 호주 마운트 웰드(Mt. Weld) 광산과 말레이시아 정제설비를 보유해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일본·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맞물리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희토류 가치사슬이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환율: 1달러=1.5152호주달러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