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가 2025년 8월 28일 공개할 ‘오즈의 마법사 at Sphere’는 1939년 제작된 영화 고전을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약 1만8,000명의 관객은 캔자스 농가를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한복판에 서게 된다. 직경 157m의 구(球)형 공연장 내부를 감싼 16만 제곱피트(약 1만4,900㎡) 규모 LED 월은 미식축구장 세 개 길이를 일거에 뒤덮으며 22층 높이까지 솟아올라 관객을 360도 파노라마로 에워싼다. 여기에 750마력급 산업용 팬이 실제 바람·먼지·잔해를 일으켜 4D 몰입감을 배가한다.
좌석당 최소 가격은 104달러로 책정됐으며, 이번 프로젝트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빅테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화적으로 중요한 IP를 재창조한 최초의 대형 상업 사례로 꼽힌다.
제작에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 시각효과(VFX) 아티스트, 학계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로이터는 이 가운데 핵심 관계자 9명과 업계 베테랑을 인터뷰해 AI-인간 협업의 의미를 조명했다.
“이번 작업은 AI-인간 창의 협업의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향후 문화적 유산을 재해석하는 선례가 될 것” — Thao Nguyen, CAA 몰입형 예술·신기술 에이전트
스피어의 기술·규모 설명
스피어는 MSG 그룹이 23억 달러를 투입해 건립한 구형 공연장이다. 내부 LED 해상도는 16K ‘슈퍼 레졸루션’을 지원하며, 16만7,000개 스피커가 3D 오디오를 구현한다. 2023년 개장 후 U2 콘서트와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Postcard from Earth〉로 화제를 모았다.
고전 영화를 AI로 재해석하는 과정
프로젝트 총괄 VFX 슈퍼바이저이자 오스카 수상자인 벤 그로스먼은 “원작의 신성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카메라 워크·편집을 재구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존 CGI 기법은 1939년 배우들의 연기 진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배제됐다.
대신 딥마인드 연구진은 배우별로 학습한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셀룰로이드 원본 필름의 35mm 프레임을 초고해상도로 확대하고, 피부의 주근깨·허수아비 얼굴의 자루 질감 등 필름 특유의 세부까지 복원했다.
‘아웃페인팅(out-painting)’ 기법도 도입됐다. 이는 영상의 프레임 외곽을 AI가 예측·보완해 화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양철나무꾼이 마녀 성문의 문을 도끼로 찍는 근접 샷을 풀 와이드 샷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이와 같은 미세 조정은 수개월간 반복 훈련·피드백을 거쳐야 했고, 소비자용 AI를 스피어 전용 16K 출력에 맞추기 위해 추가 알고리즘이 설계됐다.
저작권·데이터 격리 ‘AI 격리구역’
워너 CEO 데이비드 재슬러브와 스피어 CEO 제임스 돌런, 트라이베카 공동창립자 제인 로젠설은 ‘AI 격리구역’ 원칙을 마련했다. 배우별 음성·동작 데이터는 구글 서버에 업로드되되, 모델 학습 후에도 원본 데이터와 파생 모델은 스튜디오 소유로 남긴다는 조항이다. 즉, 이번 프로젝트로 학습된 정보는 구글 공개 모델에 편입되지 않는다.
이는 2023년 할리우드 작가·배우 파업에서 촉발된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방침이다. 실제로 일부 VFX 업체는 사측의 AI 사용 금지 정책 때문에 협업을 거절하기도 했다.
음향·현장 효과, 그리고 4D 플라잉 몽키
음악감독 팀은 MGM 스튜디오가 85년 전 사용했던 동일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전체 오케스트라 녹음을 새로 진행해 167,000개의 스피커 시스템에 최적화했다. 주디 갈랜드 등 배우들의 보컬은 원본 그대로 보존됐다.
비행원숭이는 길이 16피트(약 4.9m) 헬륨 벌룬에 드론을 부착해 관객 위로 날아다닌다. 이는 스피어가 자랑하는 4D 물리적 효과로, 스모크·향·열풍 등 다감각 자극과 함께 동원된다.
보존과 혁신 사이 — 비판과 반론
일부 영화 애호가들은 ‘영화의 신성’을 훼손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엔터테인먼트 칼럼니스트 조슈아 리베라는 이를 “예술과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 지적했다.
로젠설 프로듀서는 “비판자 대부분은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는 작업은 1939년 제작진이 기술 한계 때문에 구현하지 못한 비전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I-기술 수용에 대한 산업적 함의
구글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총괄 버즈 헤이스는 “할리우드는 늘 새 기술을 환영하지만, 두 번째 주자가 되길 원한다“며 “〈오즈의 마법사〉 사례는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창의적 확장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경우, 스튜디오들은 보유 IP를 스피어·테마파크·메타버스 등 다중 채널로 확장할 유인을 갖게 된다. 동시에 AI 활용 시 저작권 보호·데이터 경계 설정이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아웃페인팅: 이미지나 영상 프레임 바깥 영역을 AI가 논리적으로 확장·완성해 해상도를 높이는 기법. 생성형 AI 미술 서비스에서 주로 쓰이며, 이번 프로젝트에선 보존되지 못한 필름 가장자리를 복원하는 데 활용됐다.
16K 슈퍼 레졸루션: 가로 해상도가 약 15,360픽셀에 달하는 초고해상도 포맷. 4K(3,840픽셀)의 네 배, 8K(7,680픽셀)의 두 배 해상도를 구현한다.
향후 일정과 기대
‘오즈의 마법사 at Sphere’는 2025년 8월 28일부터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상영되며, 예매는 스피어 공식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진행된다. 업계는 AI-기반 몰입형 리마스터 흥행 여부가 후속 프로젝트 투자 결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스먼 총괄은 “영화·라이브 공연·체험형 VR을 융합한 이번 시도가 엔터테인먼트 소비 패턴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관객이 도로시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포·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