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모든 유럽 안보 논의는 ‘막다른 길(road to nowhere)’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뢰할 만한 안보 보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자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모스크바를 배제한 채 안보 체계를 논의하려는 서방의 움직임에 강한 불신을 표명하면서도, 분쟁 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으로서 안보 보장 메커니즘 자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root causes)을 점점 더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현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 지속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라브로프는 이 같은 인식이 향후 협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내다봤다.
라브로프 장관은 2022년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잠정 합의했던 이스탄불 합의(Istanbul Agreement)를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이고 신뢰할 만한 안전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
안보 문제는 러시아를 배제하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며, 모스크바가 협상 테이블의 필수 당사자임을 재차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는 어떠한 건설적 제안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공격적으로 확대(escalate)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바꾸려는 “어설픈(clumsy)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어 설명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이스탄불 합의는 2022년 3월 말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회담에서 잠정 타결된 문건을 가리킨다. 해당 문서는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했으나, 서방과 러시아 모두가 수용 가능한 중립·비동맹 지위를 중심으로 한 ‘안보 보장 패키지’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를 거론한 것은, 향후 협상에서도 이 합의 틀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참고 용어
라브로프가 언급한 “root causes”는 표면적인 군사 충돌 이면에 놓인 정치·역사·안보적 배경 요인을 뜻하는 외교용어로, 일반적으로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뿌리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