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 열풍, 팝마트 미 소비자 사로잡아… 주가·매출 ‘천문학적’ 급등

2025년 7월 12일 라스베이거스에 새롭게 문을 연 팝마트(Pop Mart) 매장에 전시된 ‘라부부(Labubu)’ 인형들. Kara Gildea | Las Vegas Review-Journal | Tribune News Service | Getty Images

최근 몇 달 사이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는 유모차와 핸드백, 심지어 청바지의 벨트 고리에까지 작고 괴상한 봉제 인형이 매달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28세 금융업 종사자 셰이 토미(Shay Tomi)는 출장 중에도 같은 인형을 자주 목격했고, 온라인 알고리즘은 그가 ‘라부부’를 개봉(언박싱)하는 영상까지 연이어 추천했다.

2025년 7월 31일,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라부부 열풍이 미국 전역으로 번지며 패션 액세서리이자 귀한 컬렉터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년간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미국 시장에 상륙한 라부부는 이제 ‘갖고 있어야만 할(it) 아이템’으로 불린다.

토미는 “갑자기 모두가 가지고 있더라”며 결국 본인도 4개의 라부부를 소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서드파티 셀러로부터 구입한 회색 스웨트슈트를 인형에 입히고, 남자친구에게도 라부부를 ‘입덕’시켰다. 남자친구의 라부부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농구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천문학적 성장’이 이끄는 실적 반전

팝마트가 발표한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라부부를 포함한 봉제 완구 부문 매출은 2023년 대비 1,200% 이상 급증했다. 봉제 완구는 2024년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해 전년(4% 미만) 대비 비중이 다섯 배 넘게 확대됐다. 개당 평균 가격이 약 3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팝마트 2024 연차보고서

북미 지역 매출은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55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0% 뛰어 글로벌 성장률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지리 분포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1년 당시 매출이 사실상 중국 본토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으나, 올해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 회사 플레이서(Placer.ai)에 따르면, 2024년 샌디에이고 매장 오픈 이후 오프라인 유동 인구가 가파르게 늘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Labubu’ 검색량은 역대 최고치 경신이 임박했다. 인튜이트 크레딧카르마(Intuit Credit Karma) 설문 결과,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라부부 및 배낭 액세서리’가 꼽혔다.

투자 열기: 주가는 12개월 새 500%↑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팝마트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500% 넘게 폭등했다. 한때 투자자들이 성장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정받았으나, 시가총액은 미국 완구업체 해즈브로(Hasbro)와 마텔(Mattel)을 큰 폭으로 능가한다.

팝마트 측은 이번 기사 취재 요청에 경영진 인터뷰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아메리카 지적재산권 라이선싱 책임자인 에밀리 브로(Emily Brough)는 라부부의 성장세는 ‘천문학적’이라고 CNBC Make It에 밝혔다. 실제로 2024년 라부부 글로벌 매출은 4억2,300만 달러였으며, 같은 해 마텔의 바비(Barbie)가 13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다.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은 라부부

블랙핑크 멤버이자 드라마 화이트 로터스 새 시즌에 출연한 리사(Lisa), 가수 리아나(Rihanna),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등 유명 인사가 인형을 들고 다니며 화제를 모았다.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은 공항 컨베이어 벨트를 타는 라부부 영상을, 올리브가든(Olive Garden)은 빵스틱과 파스타 옆에 놓인 라부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유나이티드항공 틱톡 영상

이는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됐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이자 리바이스(Levi Strauss) 창업 가문의 후손인 대니얼 루리(Daniel Lurie)는 팝마트 매장 유치를 알리는 틱톡 영상에서 드디어 아이들이 말하던 라부부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 분석: ‘장난감’이 아닌 ‘패션’

‘토이 가이(To​y Guy)’로 알려진 독립 애널리스트 크리스 번(Chris Byrne)은 라부부를 사라지지 않는 장난감 유행이라 규정했다. 그는 품절이 잦은 희소성, 비교적 낮은 가격, 그리고 ‘못생겨서 더 귀여운’ 디자인이 성인 소비자에게 지위재(名品)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지목했다.

“경제 전망이 어두울수록 소비자는 ‘투자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컬렉터블에 지갑을 연다.” — 크리스 번

라부부 인형은 ‘블라인드 박스(Blind Box)’ 형식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구매 전까지 어떤 디자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로, 뽑기 요소를 통해 체감 가치를 높인다. ※블라인드 박스: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상자에 상품을 넣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희소성·게임성을 결합한 일본 및 중국 완구 문화에서 유래했다.

‘라푸푸’ 가품 주의보와 수집 문화

열성 팬 조시 브랜틀리 콜(Josh Brantley Cole)은 정식 판매처 경쟁을 피하려면 가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QR코드·일련번호·색상·이빨 9개 등 진품 구별법을 조언했다. 온라인에서는 가품을 ‘라푸푸(lafufu)’라 부르며 경계한다.

40대 배우인 콜은 “술·도박보다 건강한 중독”이라면서 월급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라부부 수집’에 만족감을 표했다.


전문적 통찰

라부부 열풍은 단순한 장난감 유행을 넘어 패션·문화·투자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소비 현상으로 읽힌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SNS 바이럴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빠르게 내재화하며, 이는 곧바로 매출·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팝마트가 지닌 IP(지식재산권) 확장성과 ‘블라인드 박스’ 판매 모델은 기존 완구업계가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나친 희소성 마케팅은 투기적 버블을 동반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