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사랑하라’(I Will Teach You To Be Rich)의 저자이자 금융 코치로 유명한 라밋 세티(Ramit Sethi)가 최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저지르는 20가지 ‘무의미한 소비’ 목록을 공개했다. 세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지출 누수가 평생 70만 달러(약 9억6,000만 원) 이상의 부를 잠식한다”고 경고하며 대안적 소비 전략을 제시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세티는 “겉보기엔 정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자산 형성을 방해하는 소비 패턴”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도적인 소비(intentional spending)를 통해 소비의 ‘온·오프 스위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티가 꼽은 20가지 ‘지출 함정’을 항목별로 살펴보고, 한국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함께 정리한다.
1. 할부(월 상환액)만 보고 구입한 자동차
세티는 “자동차 대리점은 할부기간을 늘리고 각종 추가 옵션을 끼워 넣어 총비용을 부풀린다”고 지적했다.
“차를 살 때는 ‘한 달에 얼마’가 아니라 ‘차량 총비용’을 미리 정해 두라”
며 기름값·보험·주차비·정비·등록세까지 합산한 최대치 예산을 제시했다.
2. 유행성 피트니스 기기—펠로톤 자전거 등
팬데믹 기간 수백만 원짜리 홈트 기기를 샀으나 현재는 먼지만 쌓여 있지는 않은가. 세티는 “꾸준한 운동 습관이 먼저”라며 걷기·헬스장 등록 같은 저비용 루틴으로 ‘사용 의지’를 검증한 뒤 고가 기기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3. 매주 새로 사는 고가 스킨케어 제품
“기적의 화장품은 없다.” 세티는 30일 규칙을 제안한다. 하나를 골라 30일간 써보고, 효과가 없을 때만 교체하라는 것이다. 그는 “세포라(Sephora) 같은 전문 매장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4. 전자제품·가전의 연장 보증(Extended Warranty)
통계적으로 제품 고장은 제조사 기본 보증 기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티는 신용카드의 ‘보증 기간 자동 연장’ 혜택부터 확인하라고 권한다.
5. 아마존 즉흥 구매
클릭 한 번이면 담길 수 있는 ‘충동 카트’는 며칠 뒤 존재조차 잊힌다. 세티는 자신만의 ‘머니 다이얼(Money Dials)’—돈 쓰면 행복이 증폭되는 분야—을 정의하고, 그 외 소비는 과감히 끊으라고 강조한다.
6. 투자라고 착각하는 사치품
700달러짜리 블렌더, 2,000달러짜리 매트리스, PT·고급 스킨케어… 세티는 “금전적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투자가 아닌 사치”라고 선을 그었다. 100달러 이상 물건일 때는 ‘30일 룰’과 지출 계획을 병행할 것을 제안한다.
7. “일단 싸게 사고 나중에 업그레이드” 전략
핵심 생활 품목이라면 처음부터 품질 대비 최적 가성비를 택하는 편이 결국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8. ‘혹시 몰라 유지하는’ 구독 서비스
미사용 구독료로 줄줄 새는 돈은 의도적인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다. 계좌·카드 명세를 분기마다 점검해 불필요한 구독을 ‘잔혹하게 취소’하라는 것이 세티의 방법론이다.
9. 감당 못 할 픽업트럭·SUV
세티가 상담한 채무자 상당수가 ‘월 상환액’만 보고 대형 트럭을 구매했다. 그는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10. 셀프케어라는 핑계의 감정 소비
마사지·쇼핑이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세티는 구체적 예산 편성 후 ‘진짜 힐링’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11. 지나치게 복잡한 투자상품
암호화폐·무한뱅킹(Infinite Banking)·절세 쉘터 등 복잡성은 사기꾼의 무기일 수 있다. 그는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람은 대부분 거짓말”이라며, IRA·401(k) 한도 활용 같은 ‘투자의 사다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무한뱅킹이란? 생명보험을 담보로 대출·투자를 반복해 ‘내 은행’을 만든다는 고위험 상품으로, 수수료와 복잡성이 높다.
12.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개인재무 앱
앱이 ‘자산 흐름·부채 청산 시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디지털 잡동사니일 뿐이다. 세티는 고정비·투자·저축·무죄(無罪) 소비 네 지표만 추적하라고 강조한다.
13. 꿈(aspiration)에 취해 사는 쇼핑
포르쉐 구매는 ‘멋진 미래의 자신’을 사는 행위다. 그는 “이미 행동에 필요한 것은 갖추었는지”를 자문하라고 충고한다.
14. 주거용 아파트·주택을 투자로 오해
“집은 사치, 투자 아님.” 세티는 이자·세금·유지비·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분석한다. 20년 넘게 임차 생활 중인 그는
“숫자를 먼저, 감성을 나중에”
라고 단언한다.
15. 자산의 1%를 떼가는 ‘AUM’ 수수료 기반 재무설계사
AUM 1%는 장기적으로 총수익 28%를 잠식할 수 있다. 시간제 혹은 프로젝트 기반 수수료 모델로 전환하거나, 기본 투자지식을 스스로 학습하라는 조언이다.
16. ROI를 기대하는 주택 리모델링
세티는 “리모델링은 즐거움을 위한 사치”라며, ‘기쁨’이 목적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감당 가능한 규모에서 진행하라고 강조한다.
17. 신용카드 포인트를 핑계로 한 과소비
연 27% 이자에 포인트는 의미 없다. 그는 잔액을 매월 완납하고, 이후에야 포인트 최적화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18. 종신보험(Whole Life)·무한뱅킹
복잡·고수수료 상품은 대부분 필요 없다. 저렴한 정기(TERM) 보험으로 위험만 대비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19. 수강하지 않는 온라인 강좌
결제를 해놓고 미이수 상태라면 새 강좌 구입 전 기존 강좌를 완수해 ‘실행력’을 증명하라고 조언한다.
20. 혜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프리미엄 신용카드·항공 마일리지 프로그램
연회비 대비 혜택 사용률을 연 1회 점검해 불필요하다면 무연회비 카드로 다운그레이드하라고 권한다.
전문가 시각: 한국 소비자에게의 시사점
국내에서도 할부 중심 차량 구매, ‘묻지마’ 구독, 고가 운동기구와 같은 트렌드가 확산됐다.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비용 축소와 적립식 투자(ISA·퇴직연금 DC형 등)의 비중 확대가 자산 방어의 핵심이다. 또한 ‘돈 새는 구멍’ 목록을 분기별로 점검하는 가계 자산 헬스 체크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세티가 강조한 ‘의도적 소비’는 행복의 한계효용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장기 자산 형성을 촉진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2025년, 소비자 스스로 금융문맹을 탈피하고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 개인 재무전략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