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프랑스 국채시장 지원 ‘서두르지 않겠다’ 시사

유럽중앙은행(ECB)이 프랑스의 정치·재정 불안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능이 원활하다”며 즉각적인 개입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ECB는 전염 차단 수단(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으로 불합리한 금리 급등 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다만 TPI 발동 요건 가운데 하나인 ‘EU 재정 규범 준수’가 강조되면서, 라가르드 총재는 “모든 회원국이 EU 재정 프레임워크를 존중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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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백 커지는 프랑스… “재정 적자 두 배”

프랑스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5.8%를 기록해 EU 기준(3%)을 거의 두 배 초과했다. 이로 인해 독일 10년물 국채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는 80bp까지 벌어져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치권 역시 혼란이 가중됐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재정 건전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사임했고, 세바스티앵 르코르뉴가 마크롱 대통령의 5번째 총리로 임명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 ‘드라기 모멘트’ 재현?… 시장은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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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그리스 위기 당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가 “무엇이든 하겠다”는 발언으로 유로존 붕괴를 막은 선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프랑스가 유로존 2위 경제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적 자금 투입 없이도 채권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ECB는 굳이 개입·매입으로 ‘치명적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전문가 해설: TPI란 무엇인가?

TPI는 2022년 도입된 ECB의 시장 분절화 방지 장치다.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차입 비용이 비합리적으로 뛰어오를 때 ECB가 해당국 국채를 매입해 스프레드를 억제한다. 다만 △EU 재정 규칙 이행 △지속가능한 부채 경로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 등 까다로운 집행 조건이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 프랑스 정부의 긴축 정책 가시화
  • EU 집행위의 ‘과도 적자 절차(EDP)’ 개시 여부
  • ECB 통화정책 회의록에서 드러날 매입 조건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앞서 로이터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위험은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자 의견 및 시사점

ECB가 ‘채권시장 질서 유지’라는 책무와 ‘재정준칙 준수’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프랑스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TPI를 통한 개입 명분이 약해진다. 즉, ECB는 의도적으로 ‘긴장’을 유지하며 프랑스 정부로 하여금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서는 ‘공포 프리미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채 발행 일정EU 재정 보고서 발표에서 프랑스가 실질적 재정 조정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스프레드가 100bp를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정부가 비교적 신속히 긴축 법안을 재추진할 경우, ECB 개입 전망은 더욱 멀어질 전망이다.


자료: Reuters, ECB 공식 발표, 프랑스 재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