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디스인플레이션 종료” 선언…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정책 시사점

프랑크푸르트발 로이터 통신 기사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견된 대로 세 가지 기준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하지만 차기 행보에 대한 구체적 단서는 제시하지 않아, 내년 목표치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베팅은 계속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기 둔화, 데이터 무결성, 성장 위험 균형, 물가 전망 등 폭넓은 현안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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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둔화와 파급효과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며, 첫째로는 완만한 성장 둔화, 둘째로는 생산성·인공지능·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1 효과 같은 긍정적 서사가 병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요소를 함께 고려해 유로존에 어떤 파급효과가 나타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On the U.S., I think there are two stories… the stories of the slight decline, possible more decline. But you also have the story of productivity, of artificial intelligence, of the magnificent seven.

1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미국 대형 기술주(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일컫는 월가 용어다.


“매파도 비둘기도 아닌 올빼미

정책 성향을 묻는 질문에 라가르드는 “나는 매파(긴축 선호)도, 비둘기파(완화 선호)도 아니다. 불가리아 동료들을 위해 ‘올빼미’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답했다. 이어 “취임 직후부터 어떤 진영에 속하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나는 360도에 가까운 넓은 시야로 모든 변수를 살피고 싶다”고 설명했다.


TPI 논의 無…데이터 무결성 강조

라가르드는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2가 이번 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유로통계국(Eurostat)의 자료신뢰도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스 재정통계 조작이라는 충격적 경험이 있었지만, 그 이후 회원국 통계의 무결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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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very lucky so far … I think the integrity of the data that we use is very high, and this is valued by all of us.

2 TPI는 특정 회원국 국채금리가 과도하게 급등할 때 ECB가 시장개입으로 금리 전이(Transmission) 기능을 보호하겠다는 2022년 도입 도구다.


프랑스 시장·금융안정

프랑스 국채 시장 상황을 묻는 질문에 라가르드는 “어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유로존 국채시장은 유동성이 충분하고 질서 있게 작동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격안정을 위해서도 금융안정이 필수이며, 전이 효율성이 훼손될 경우 ECB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균형 변화 및 성장 전망

라가르드는 6월 대비 성장 하방 위험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4월 19일 이후의 불확실성과 무역보복 우려가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승 관세, 강한 유로, 글로벌 경쟁 심화가 올해 남은 기간 성장을 제약할 것”이라면서도 “이 역풍은 내년에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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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인플레이션 종료” 선언

물가에 대해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과정이 끝났다“고 평가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지만 사전에 정해진 경로는 없으며, 회의마다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The disinflationary process is over.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전망은 “데이터 따라, 회의별 결정”

이번 금리 동결은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라가르드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 약속하지 않는다”며 “필요 시 모든 정책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위험 시나리오 세분화

ECB가 제시한 리스크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무역 갈등 재악화 시 수출·투자가 추가 위축될 수 있고, 금융시장 심리 악화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국방·인프라 지출 확대, 생산성 향상 개혁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요인이며, 지정학적 긴장 완화나 무역 분쟁 조기 타결도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용어 해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인플레이션 자체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구별된다. 매파비둘기파는 각기 긴축·완화를 선호하는 중앙은행 성향을 의미한다. 라가르드가 자주 언급하는 “올빼미“는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게 상황을 조망하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를 상징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라가르드의 ‘디스인플레이션 종료’ 발언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동시에 “데이터 의존적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핵심 물가지표·임금 추세·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ECB가 긴축 또는 완화 어느 쪽으로든 신속히 방향을 틀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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