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연구소 딥시크(DeepSeek)가 차기 대표 모델의 성능 최적화를 위해 통상적인 관행과 달리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사전 접속권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AI 생태계에 실무적·정책적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2026년 2월 2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딥시크가 이번 차기 메이저 업데이트인 V4를 앞두고 엔비디아(Nvidia)와 AMD(Advanced Micro Devices)에 성능 최적화용 사전(프리릴리스) 버전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딥시크는 화웨이(Huawei Technologies)를 포함한 중국 내 공급업체들에 조기 접근권을 부여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했다.
일반적 업계 관행은 AI 개발사가 주요 모델의 출시 전에 엔비디아, AMD 등 하드웨어 벤더에 미리 모델을 제공해 해당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는 모델 성능 검증과 상호 호환성 확보를 위해 통상적으로 이뤄진다. 딥시크는 과거 엔비디아 기술진과 긴밀히 협력해온 사례가 있다.
엔비디아·AMD 배제 및 중국 칩사 우대
소식통들은 딥시크가 당초 설 연휴(춘절)를 전후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모델의 경우 엔비디아와 AMD에 접근권을 주지 않았고, 반대로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게 수주(數週)의 시간적 우위를 부여해 이들 칩에서 소프트웨어가 잘 작동하도록 최적화를 진행하게 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해당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고, 딥시크와 화웨이 역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일반적인 데이터 가속기 영향은 제한적이다. 대부분 기업이 딥시크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딥시크는 무엇보다 벤치마킹 모델 역할을 하는 측면이 크다.”
리서치 회사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Creative Strategies) 최고경영자 벤 바자린(Ben Bajarin)은 이같이 평가하면서, 새로 등장한 AI 코딩 도구들이 소프트웨어를 특정 하드웨어에 맞춰 최적화하는 시간을 “수개월에서 수주로” 단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전략적 배경
바자린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정부의 보다 넓은 전략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해당 전략을 “미국 제조 하드웨어와 모델이 중국 내에서 불리한 위치에 머물도록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발언은 업계의 경쟁 구도와 국가 간 기술 통제 문제를 함께 부각시킨다.
미국 관할권 관련 의혹
이번 사안은 또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와도 얽혀 있다. 한 고위 트럼프 행정부 관료는 로이터에 딥시크의 최신 모델이 엔비디아의 최상위 칩인 Blackwell으로 훈련됐으며, 그 과정이 중국 본토의 클러스터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해당 관리는 또한 딥시크가 미국산 AI 칩의 사용을 드러내는 기술적 지표를 제거하려 할 가능성이 있고, 공개적으로는 화웨이의 칩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확산 및 다운로드 수
딥시크의 모델은 2025년 1월 등장 이후 오픈소스 플랫폼 Hugging Face에서 7,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이는 중국 오픈소스 모델들의 약진을 상징하는 수치로, 지난 1년간 플랫폼에서 출시된 모델들 중 중국 모델의 다운로드 수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높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중 칩 수출 논쟁과 허가 현황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급속한 확산은 워싱턴에서의 첨단 AI 칩 대중 수출 논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H20과 AMD의 MI308 칩(추론용으로 설계된 제품)에 대해 중국으로의 출하를 재허용했으나, 보다 고급 처리기(프로세서)에 대한 라이선스는 여전히 제한 중이다. 보도 시점에서는 딥시크가 이러한 미국산 칩을 구매하기 위한 승인을 받았는지는 불확실하다.
H20과 MI308 칩은 AI 모델을 “추론(inference)”하는 데 목적을 둔 제품이다. AMD는 MI308 칩의 수요가 상당했으며, 해당 칩이 최근 분기 매출에서 3억9천만 달러(약 환율에 따라 변동 가능)의 매출을 발생시켰다고 공시했다.
용어 해설
이 기사는 독자 편의를 위해 몇 가지 주요 용어를 설명한다. 추론(inference)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나 응용 프로그램에서 실행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반면 학습(training)은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익히는 과정으로, 더 많은 연산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Blackwell은 엔비디아가 발표한 최상위 연산 칩(엑사스케일 또는 최첨단 AI 처리용 아키텍처로 표기되는 제품군)으로, 고성능 연산을 통해 대규모 모델 학습에 주로 사용된다.
전문가 분석: 단기적·중장기적 영향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와 AMD의 기업 실적에 즉각적·지속적 피해를 주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바자린이 지적했듯이 딥시크는 벤치마크 성격이 강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딥시크 모델을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영향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수요 이동 가능성: 중국 내 AI 개발자와 서비스 사업자는 딥시크가 공식적으로 최적화한 중국산 칩을 우선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산 칩 수요 성장률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둘째, 경쟁 촉진: 중국 칩사에 시간적 우위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소프트웨어 연동 능력이 향상되고, 장기적으로 중국산 하드웨어의 성능 경쟁력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셋째, 수출 통제·규제 리스크 증대: 만약 미국산 고성능 칩의 중국 내 사용이 수출 규정을 위반한 사례로 확인되면, 추가 규제가 도입돼 글로벌 공급망에 구조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시장 관찰 포인트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는 다음 항목을 주목해야 한다. 딥시크의 V4 공개 시기와 실제 성능 지표, 엔비디아·AMD의 해당 모델 최적화 대응 속도, 중국 칩사(예: 화웨이 등)가 발표할 최적화 결과 및 성능 벤치마크, 그리고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관련 추가 조사나 행정 조치 여부 등이다. 또한 Hugging Face와 같은 플랫폼에서의 다운로드·활동 추세는 오픈소스 생태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유효한 지표가 될 것이다.
결론
딥시크의 이번 조치는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요소가 결합된 사례로, AI 모델 개발사와 하드웨어 제조사 간의 전통적 협력 관행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전반에서는 단기적인 충격보다는 중장기적인 경쟁 구도의 변화와 수출 규제의 강화 가능성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딥시크의 V4 공개 내용과 각 칩사 및 규제 당국의 대응이 향후 시장 구조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