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기업인 디지털오션(DigitalOcean, NYSE: DOCN)이 대규모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주가가 하루 만에 10.9% 하락했다. 같은 날 S&P 500 지수는 0.3% 하락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대비 급격한 낙폭이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오션은 총 5억 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선순위채권(Convertible Senior Notes) 발행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채권은 2030년 8월 15일 만기이며, 발행 직후 13일 이내에 최초 인수자들이 추가로 7,500만 달러어치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전환사채란 무엇인가?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한국 약칭 ‘CB’)는 일정 기간 후 발행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결합된 채권이다. 채권 보유자는 이자 수익을 확보하면서, 주가 상승 시에는 주식으로 바꿔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dilution)된다.
주요 조건 및 사용 목적
이번 채권은 반기(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정확한 금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8년 8월 15일 이후에는 회사가 조기 상환(call)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디지털오션은 조달 자금과 최대 5억 달러 규모의 신용한도(Credit Facility)를 함께 활용해, 2026년 만기 기존 전환사채를 조기 매입·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달로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고, 만기 구조를 장기화해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 — 디지털오션 보도자료 中
재무적 파급 효과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디지털오션의 순차입금은 6월 말 기준 18억 달러에서 최대 23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전환이 진행되면 희석을 통해 부채 부담은 줄지만, 발행주식수(현재 약 9,100만 주)가 증가해 주당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반응 및 투자자 심리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은 통상 고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한다. 그러나 고금리 환경에서 추가 차입 소식은 단기적으로 ‘재무리스크 확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유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 발행=부채 증가라는 1차 인식이 우선 반영되면서, 주가가 지수 하락 폭의 30배 이상 폭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대형 기술주는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용어 해설: Credit Facility와 희석
Credit Facility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기업에 설정해주는 한도성 대출이다. 필요할 때 수시로 차입·상환이 가능해 기업 운영자금 확보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다만 사용액만큼 부채로 인식돼, 재무 레버리지가 상승한다.
Dilution(희석)은 추가 주식 발행이나 옵션·전환권 행사로 인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주식 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가 낮아질 수 있는 점은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리스크이다.
전문기자 시각
디지털오션은 중소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한 ‘저렴하고 간단한 클라우드’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AWS·애저·구글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장기채권과 신용한도로 만기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이나, 총부채 확대→이자 비용 증가→현금흐름 압박이라는 연쇄 효과가 작지 않다.
특히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자금 조달 비용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필요한 수술’이지만 단기적인 통증—주가 급락—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전환가격, 이자율, 상환 구조 등 구체 조건이 확정될 때까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체크 포인트
① 전환 가격: 회사가 제시할 프리미엄 수준이 주가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② 2026년 만기 채권 조기 상환 구조: 할인율·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부채 비용 절감 효과가 달라진다.
③ 2025~2026년 현금흐름 전망치: 신규 차입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영업현금창출력(Operating Cash Flow)이 관건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부채 리파이낸싱(재조달)’ 성격이 강하다. 다만 주가 희석과 부채 확충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지는, 향후 마진 개선 속도·매출 성장률·금리 환경에 달려 있다.
*본 기사는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 및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