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기계 제조사 디어(Deere & Co.)가 농민들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과 관련해 미화 99백만 달러($99 million)를 합의 기금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농기계의 수리 비용과 수리 접근성 문제를 둘러싼 집단소송에 대한 해결의 일환이다. 합의는 대형 농기계의 정비와 수리에 필요한 접근을 둘러싼 논쟁을 겨냥한 것으로, 업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수리권(right-to-repair)’ 관련 규제·소송의 한 사례이다.
2026년 4월 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 기금은 2018년 1월 이후 디어의 공인 딜러들에게 대형 농기계 수리 비용을 지불한 자격 있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일리노이주 시카고 연방법원에 월요일 제출된 문서가 밝혔다. 합의 내용에는 디어가 트랙터, 콤바인(수확기), 사탕수수 수확기 등을 포함한 대형 농기계의 유지·진단·수리에 필요한 디지털 도구를 향후 10년간 농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약속도 포함되어 있다. 해당 합의는 법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This settlement addresses the issues raised in the 2022 complaint and brings this case to an end with no finding of wrongdoing," 디어는 별도의 성명에서 밝혔다.
디어는 이와 별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또 다른 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해당 소송에서 FTC는 디어가 농민들에게 자사 공인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수리와 부품을 이용하도록 강제해 수리 비용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미국 법원은 2025년 디어가 FTC의 소송을 직면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FTC는 법원 제출 문서에서 "디어는 농민들이 장비를 적시에 비용효율적으로 수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적시했으며, 디어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리권(right-to-repair)이란 무엇인가?
‘수리권’은 소비자나 장비 소유자가 제조사의 허가 없이도 장비를 진단·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이 권리는 소프트웨어 및 진단 도구, 수리 매뉴얼, 부품 접근성 등을 포함한다. 최근 몇 년간 전자·농기계·자동차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제조사가 자사 장비의 소프트웨어와 진단 도구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제3자 수리업체와 소비자의 수리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규제 당국과 원고들은 이러한 관행이 경쟁을 저해하고 수리 비용을 인상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도구의 범위와 실무적 의미
합의서가 명시한 ‘디지털 도구’에는 보통 진단 소프트웨어, 고장 코드 판독 툴, 업데이트 및 소프트웨어 패치, 정비 매뉴얼, 특정 수리 작업에 필요한 전용 인터페이스 및 소프트웨어 접근권이 포함된다. 농민들이 이러한 도구에 접근하면 기존에 공인 딜러에 의존해 발생하던 대기시간과 인건비, 부품 마진 등으로 인해 발생하던 추가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비용 절감 효과는 도구 제공의 형태(예: 원격 제공, 직접 다운로드, 인증 절차 등)와 구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제·산업적 영향 분석
이번 합의는 농기계 산업의 수리·서비스 시장에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단기적으로 농민들의 수리 비용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공인 딜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제3자 수리업체와의 경쟁이 활성화되면 가격 경쟁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공인 딜러의 서비스 수익 구조에는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디어의 경우처럼 제조사가 수리 도구 접근을 허용하면 공인 딜러가 제공하던 독점적 서비스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셋째, 중고 농기계 가치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장비 소유자가 스스로 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 거래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개선되고 일부 장비의 잔존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 제한 요인으로 인해 즉각적·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 도구의 실제 제공 방식(예: 사용자 인증, 접근 비용, 기능 제한), 농민들의 기술 수용성, 지역별 서비스망 분포 등이 결과를 좌우한다. 또한, 이번 합의는 법원의 승인을 전제로 하므로 법적 절차와 소송의 여파로 시장 반응이 지연될 수 있다.
규제 및 법적 선례로서의 의미
향후 법원 승인과 FTC 소송의 진행 결과는 업계 전반에 선례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 만약 법원이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고 FTC 소송에서 제조사의 제한 행위를 제한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다른 제조사들도 유사한 접근성 확대 조치를 도입하거나 사전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FTC 소송에서 제조사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수리권 확대의 확산 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규제당국의 감독과 입법적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민·딜러·투자자에게 주는 실무적 시사점
농민들은 합의가 법원에서 승인될 경우, 디어 장비의 유지·수리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관련 정보와 도구 제공 방식, 접근 절차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공인 딜러들은 서비스 사업 모델을 재검토해 부가가치 서비스나 전문 정비 영역으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디어의 매출 구조 중 서비스·부품 부문의 중장기적 변동 가능성을 감안해 수익성 분석과 밸류에이션 가정의 민감도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향후 일정 및 전망
이번 합의안은 법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승인 시 해당 지역의 원고들에게 배분이 진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FTC의 별도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디어와 업계 전반의 규제·법적 환경은 계속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농기계 시장의 수리 비용과 서비스 경쟁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합의의 세부 이행 방식, 법원의 최종 판단, 그리고 규제 당국의 추가 조치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참고 본 보도는 로이터 통신의 2026년 4월 6일 보도와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된 문서를 기반으로 요약·분석한 것이다.
